단상들(3) 입동-가을의 장례식

여름의 초록이 묻어있는 잎은 절벽에 매달려 있습니다. 무거운 태양의 빛을 견딘 채 보름을 견뎠어요. 매달려 있는 잎을 무슨 색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낙엽이 가엽게 떨어져요. 낙화하는 잎은 최선을 다했을 거예요. 초라하게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견디고 또 견디다가 사람들의 눈총을 한눈에 받고 자신의 손을 잡아준 나무의 손을 놓았습니다. 멀리 가고 싶었을 거예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기온이 이상하게 떨어지던 날, 죽음이 다가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던 날, 낙엽은 나무의 손을 놓고 말았습니다. 떨어진 낙엽은 바람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 거예요. 자신을 봐주던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고 사라질 거예요. 낙엽은 겨울을 원망하고 싶겠지만, 계약기간이 끝나 방을 빼는 낙엽의 아비 가을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낙엽은 죽기 전에 아비의 장례식을 치러줍니다. 동네 한 바퀴 돌며, 사람들에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옴을 알려줍니다. 동장군을 원망하지 말아요. 그도 조금 따뜻한 곳을 찾고 싶었을 거예요. 낙엽은 바람을 타고 떠납니다. 가을은 낙엽을 타고 떠납니다. 오늘 비가 오면 겨울이 될 거예요. 가을의 흔적이 묻어있는 그런 겨울을 오래 보게 될 거예요. 또 하나의 계절을 보냅니다. 그런데 나무의 손을 잡고 매달려 있던 그 잎은 무슨 색깔이었을까요. 가을의 흔적을 흔들며 요란하게 겨울 입장. 청소차가 낙엽을 모아 상여를 만들고 있는데, 방 빼라고 매섭게 몰아붙이는 이 바람이 어딘가 익숙하네요. 청소차는 상여를 만들어 마지막으로 동네 한 바퀴 돌고, 화장(火葬)할 거예요. 당신이 없는 봄과 여름과 가을을 보냈어요. 겨울이 끝나기 전에 보고 싶습니다. 입동, 겨울과 함께 입장하길 바랐건만, 바람이 차군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깊은 밤과 어두운 겨울과 함께. 밝은 봄으로 오세요.

*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시공사)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그림을 그릴 거예요. 색연필이 도착했습니다. 겨울엔 더 추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