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스치는 생각을 잡다
단상들 : 일상 속에 스치는 생각들이 있다. 지나고 나면 전혀 생각나지 않는 생각들, 단상들에는 그런 생각 가운데 간신히 잡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안경 코받침 한쪽이 사라졌다. 다른 한쪽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어색한 걸 못 느꼈는데, 출근하고 나서 발견했다. 아주 작고 보잘것없지만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집에 있는 무선 청소기는 본체와 먼지 통을 연결하는 플라스틱 조각 하나가 부러져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어떤 큰 사건 같은 대단한 요소가 아닌 안경 코받침 같은 작은 요소들이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작은 요소들이 사라지면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하다가 결국 삶의 한 부분이 소실되고 나서야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안경 코받침이 없는 채로 몇 시간 지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코받침이 없다는 걸 인식하고 나니 거슬리기 시작했다. 없으나 마나 한 건 아무것도 없다. 다 있어야 하니까 이 세상에 나온 거겠지.
안경 코받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티는 안 나지만 꼭 필요한 사람. 되도록 작았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생색내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사회가 제기능을 하도록 지탱해 주는 아주 작은 안경 코받침 같은 사람, 거대한 바다나 강물 같은 사람이 아닌, 퐁퐁퐁 나오는 샘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