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과 속도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_2023.09.05.
매일 오늘의 문장을 쓰고 도서관에 오는 독자들에게 발송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방대한 양의 글을 정리하는 일은 언제나 버거웠기에 미루고 미루다 보니 SNS에 산만하게 퍼져있는 상태입니다. 언젠가 정리하겠지만, 문득 오늘부터 브런치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있는 곳은 한국의 마곡단지와 비슷한 곳입니다. 오피스텔과 각종 맛집이 모여있는 이곳을 우리는 국가광고산업원이라고 부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예쁜 핑크색 외관을 자랑하던 건물이었습니다. 오늘 하늘이 맑아서 사진을 찍다가 ‘풍화를 이기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저는 ’ 풍화‘라는 단어를 마음에 담고 도서관에 출근했습니다. 보통 이런 날엔 하루 종일 마음에 품은 단어를 곱씹으며 퇴근 후에 올리는 오늘의 문장을 생각합니다(올해 6월까진 메시지로 발송했지만, 도서관 시스템 전환 후 SNS에 올리는 중입니다).
도서관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도 언젠가 쓸 것입니다. 5년이 넘었으니 제법 기나긴 이야기가 되겠지요. 습관처럼 쓴 일기를 모으는 일도 만만치 않아서 일단 도서관의 현재, 그러니까 오늘처럼 제가 풍경이나 사람이나 상황을 통해 얻게 된 질문과 문장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보통 이런 일은 1월 1일에 시작하지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조금 강할 때 ‘올려버리며’ 시작합니다.
부족한 글을 보시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질문
사람은 어디에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인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삶의 시작과 끝 중간지점이라면,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곱씹으며 도서관 문을 엽니다.
머무는 문장
"2021년 1월, 수술을 받은 직후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코멘트를 발표했습니다. '암과 싸운다'가 아닌 '암과 살아간다'는 표현을 택한 것은 마음 한구석에 무리하게 싸워본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_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황국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3), 46쪽
오늘의 질문과 머무는 문장은 제가 아침에 여유가 있을 때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공유하겠습니다.
오늘은 고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의 음악과 책과 함께합니다.
인생의 속도와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저는 당연히 방향입니다. 우리의 삶도 시간에 풍화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지나간 길이 사라진다면 기록으로 남겨야겠지요. 기록으로 남긴 지난 삶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보고 전진한다면, 광풍이 부는 세상에서도 유유히 마지막 지점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다.
도서관은 이용 시간에 제한이 없습니다. 오셔서 책과 사유의 숲을 거닐다 가시길 바랍니다. 여름의 흔적이 남아있는 가을,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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