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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나에게 오늘 문을 열어줄 여유가 있는가?

현재를 위한 배려와 미래를 위한 배려 그리고 이기주

오늘의 질문


군대 훈련소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게 걸음마라면,

신병교육대를 수료하고 사단 비서실에 처음 배운 건 '문 여는 법'이었습니다.


스물두 살 청년이 걸음마와 문 여는 법부터 배우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겁니다. 열을 맞춰 움직여야 하는 군대에선 걸음걸이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걸음마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곳이 군대입니다.


'문 여는 법'은 비서실에서 상대방을 향한 '배려'의 기본이었습니다. 투명 유리문이 아닌 이상 문밖에 누가 서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비서실을 출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보다 당연히 계급이 높은 사람이거나 손님이었기에 무엇보다 '배려'가 중요했습니다. 문을 밀어서 열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넘어질 수도 있는 구조였습니다. 아무튼, 제가 비서실에서 처음 배운 것은 문을 '당겨서 여는 것'이었습니다. 전역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저는 당길 수 있는 문은 당겨서 엽니다.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린이가 문을 버겁게 밀고 들어오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세상에는 문을 밀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구나.'

'문을 당기는 게 현재를 위한 배려라면, 문을 당겨주는 것, 도움이 필요한 존재를 위해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 것은 미래를 위한 배려구나.'

어린이는 언제나 저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됩니다.

 

저는 문을 열어주는 작은 배려가 저에게 마음의 여유가, 마음의 힘이 있는지 확인하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의전은 디테일, 섬세함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의전만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나에게 문을 당겨줄 여력이 있는가?'입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겨우 문 여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길,

문을 미는 사람을 보며 배려심이 없다고 마음으로 욕하기 전에

밀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머무는 문장

'나를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_이기주, 『일상의 온도』(황소북스, 2019)


도서관 개관합니다.

잠시 후 1층 테이블에서 문장 모임이 있을 예정입니다. 1시간 동안 책을 읽고, 마음에 머무는 문장 하나를 나누고 가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오후 7시까지 개관합니다.

문 열기 버거우실 땐 저에게 손을 흔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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