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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그러므로 사랑하라

우리에겐 아직 너무 많은 여름이_2023.09.06.

오늘의 문장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레제,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잘못된 선택은 없다. 잘못 일어나는 일도 없다. '그러므로'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러므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골목길과 너무나 많은 산책과 너무나 많은 저녁이 우리를 찾아오리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으리라.
내 나이 때의 엄마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먼 훗날 내 나이 때의 열무를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너무나 많은 여름이」 중에서

 

돈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은 보통 숫자로 확인합니다. 인터넷 뱅킹상에 찍혀 있는 숫자는 때에 따라 자릿수가 달라집니다. 가끔 저 숫자가 정말 실존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돈이 주는 행복은 정말 실존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사랑을 이웃에게도 조금 나눠줄 수 있다면, 그것이 저에게는 '화양연화'일 거 같습니다.


준서가 제 나이일 때를 생각하면 암담할 때가 많습니다. 2069년의 지구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는 저와 아내와 준서와 뱃속에 희동이와 관계하는 모든 이들의 미래가 밝길 바랍니다.  그러므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골목길과 너무나 많은 산책과 너무나 많은 저녁이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각자의 '화양연화'를 맞이할 기회가, 소중한 자녀들에게 '화양연화'를 안겨주기 위해 망가져 가는 세상을 돌이킬 기회가, 아직은 있습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힘껏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도서관은 내일 오전 10시에 개관합니다. 오전 10시 30분에는 1시간 동안 몰입해서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나누는 문장모임 시발詩發(전 시 낭독모임)이 오랜만에 모입니다. 1시간의 몰입과 30분의 확장을 느낄 분들은 저에게 연락하고 게스트로 참여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랑이 넘치는 밤 보내세요.


덧, 낭독회와 동네 책방에 진심인 김연수 작가님도 꼭 모시고 싶습니다. 칭다오 경향도서관에도 상주 작가가 오시는 날이 오길.


덧2, 16년 전에 과제로 단 한 번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작가님의 짧은 소설을 보다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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