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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건호 Jan 23. 2023

회사에서 이어폰을 껴라!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작업전환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최적의 솔루션

저게 업무 중에 노래를 들어...?



SNL 코리아의 코너 ‘MZ 오피스’ 한 장면. 에어팟을 착용하고 일하는 신입사원.



지금 화제인 SNL 코리아의 한 코너인 MZ 오피스의 한 장면이다. 상사가 후배를 혼내는 상황이 다음과 같이 벌어진다.


"업무 중에는 우리 에어팟 빼는 게 좋지 않을까?"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빼고 일해야 내가 업무를 줄 때 능률이 더 오르지 않을까? 그래야 소통이  되니까."

"... 메신저 있잖아요."

"메신저는 좀 정이... 없지 않을까?"


 이 대화는 결국 상사가 에어팟을 빼라고 히스테릭하게 소리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웃음을 위한 것이다. 상사의 캐릭터도 신입사원의 특징도 꽤 과장되어 있고 갈등이 폭발적으로 마무리되는 방식도 유쾌다. 평소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데 또 하나의 히트 코너가 나왔구나! 주현영 배우와 김아영 배우가 과장된 캐릭터를 위화감없이 소화해 내는 기술에 감탄하며 이 코너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사실 프로그램보다는 이에 대한 댓글 반응이 놀라웠다. 유튜브에 해당 영상이 올라와있는데, 여기 달린 댓글의 상당수가 "이어폰을 낀 신입사원 개념이 없다"거나 "폐급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신입사원 캐릭터가 비난받고 있는 댓글의 현장



 이 댓글 모음이 충격이었던 이유는, 우리 회사의 채용 공고에당당하게 이렇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끼면 혼자 집중하고 싶다는 뜻으로 여기겠습니다. 웬만하면 말은 안 걸고 슬랙으로 할게요. 다만 슬랙 알람은 잘 켜주세요."


 이것은 우리 회사를 광고하기 위한 얄팍한 수작이 아니다. '우리 회사는 남들과는 달라, 아주 힙하다구. 이어폰도 끼게 해 줘!' 따위의 어필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어폰을 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직에 가장 좋은 업무 효율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조직의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 두 가지 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정한다.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고 두 번째는 전환 비용이다.




1. 커뮤니케이션 비용

커뮤니케이션 비용 최소화를 위한 방법은 사무실 출근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원격으로만 할 수밖에 없던 시기가 불과 얼마 전이었다. 줌, 슬랙, 팀즈 등의 강력한 원격 근무 툴들이 있으면 개인의 효율이 극대화되면서 회사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국내외 회사들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테슬라는 재택근무를 금지시키고 주 40시간 사무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의 게임회사들도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복귀했고, SK 텔레콤은 재택근무를 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재택근무의 좋은 점을 버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이유는 원격근무로 인해 팀의 협업 능력이 줄고 소속감 줄어 동기부여가 낮아다고 보기 때문이다. 출근으로 인한 불편함보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드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풀재택근무는 내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그 이야기는 여기에서 다뤘다). 다만 팬데믹은 '이제 근무 형태가 어느 정도는 유연해도 괜찮구나' 하고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 사회 전체적으로도 근무 형태가 약간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도 고정요일로 주 1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오프라인 사무실로 우리는 돌아왔다.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이제 한 공간에서 쉽고 빠르게 교류할 수 있다. 미팅 시간을 미리 잡아 카메라를 켤 필요가 없고 급할 때에는 즉각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한 공간에서 팀이 소통할 때, 그곳에서는 아주 많은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표정, 공기, 말투까지도. 그 효율은 채팅 텍스트에 비할바가 아니다. 물론 이로 인해 힘들 때도 많겠지만 팀으로서의 장점도 많아진다. 팀에서 성과가 났을 때 함께 축하할 수도 있지 않은가.


 불편을 감수하고 돌아온 사무실. 뭐 좋다. 좋은데...




2. 전환 비용

전환 비용 최소화를 위한 방법은 집중할 때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전환 비용'은 우리가 하던 작업을 멈추고 다른 작업으로 전환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다. 이에 대해 '원씽 THE ONE THING '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TV를 보다가 빨래를 개는 것처럼 단순한 작업 전환인 경우에는 비교적 작업 전환이 빠르고 손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동료가 갑자기 자리로 찾아와 다른 문제를 의논한다면... 이런 일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곧장 이 일에서 저 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거나 그만두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데에는 언제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중단되었던 바로 그 부분부터 이어서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작업 전환에서 비롯되는 추가 시간이라는 대가는 해당 작업이 얼마나 복잡한가 혹은 단순한가에 달려있다. 단순한 작업의 경우 시간이 25퍼센트 혹은 그 이하로 늘어날 수 있다. 매우 복잡한 작업의 경우에는 시간이 100퍼센트 혹은 그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연구한 데이비드 마이어 박사의 말이다. 작업 전환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팀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전환 비용 또한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각각의 팀원들이 복잡한 일을 하고 있을수록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는 일은 더 중요해진다. 그런데 요즘 복잡하지 않은 일을 하는 팀원들이 있던가? PM, 전략기획, 디자이너, 마케터, 개발자 등등 모두 많은 정보를 동시에 머리 안에서 굴리며 집중한 채 일해야 한다. 중간에 끊기면 다시 집중하기 상당히 난감해진다.


 개발자로서 이런 경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해야 할 거 많은데...' 하는 생각만 가득한 채 일 못하고 하루가 끝난 적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복잡한 부분을 코딩할 때는 한 번 끊겼다가 다시 집중하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몇 십분 이상 손해 본다. 팅은 수시로 잡히지, 팀원들은 사생활 관련된 잡담도 고, 오후에 졸리니까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고, 가끔 치고 들어오는 절차 외 부탁들은 항상 같이 붙어오 말이 '죄송한데 너무 급해서요...!'


 그러나 오해가 없길 바란다. 이런 미팅, 이런 커피챗, 이런 부탁들은 모두 '커뮤니케이션'이다. 사무실에 돌아온 이유이사무실에 존재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를 원천차단해서는 곤란하다. 가끔 사무실에서 잡담하지 말라는 상사도 있다고 하는데 매우 좋지 않은 결정이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삭막해져 버릴 수 있는, 소통의 활기를 막아버리는 결정인 것이다.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못하 사무실에 돌아온 의미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감소할지 몰라도 전환 비용이 너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두 가지 비용을 모두 최소화하는 방법은, 이어폰을 낌으로써 내가 '집중하고 싶은 시간'임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다.





두 가지 비용을 모두 줄이는 방법

사무실에서 집중하고 싶을 때에는 이어폰을 끼자.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이어폰 안 낀 사람끼리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다시 SNL의 MZ 오피스로 돌아와 보자. 선배는 후배에게 큰 소리로 '프린트 좀 가져와줘요'라고 말했다. 이때 후배가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자신의 말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선배를 자극했는데, (본인이 한 프린트는 본인이 직접 가져오는 게 맞지 않나라는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본인이 앉아서 편하게 말을 거는 그 행동으로 후배의 시간을 몇 십분 날린다고 생각해 보면, 여기서 팀의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단순히 싸가지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조직의 손해가 너무 크다.


 우리는 우리 동료가 집중하고 있는 시간 또한 존중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하찮은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마음껏 방해고 이어폰을 끼지 못하게 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내 동료들이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잘 다. 우리 조직의 성공을 위해 일하는 그들이 집중할 시간을 보장받높은 업무 효율을 누리적절한 시간에 퇴근하여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을 보고 싶다. 이를 위해 이어폰은 필수품이다. 요즘 이어폰들은 기본적으로 노이즈 캔슬링도 된다. 이어폰을 끼고 일하면 주변에서 크게 이야기해도 내 집중상태는 끄덕도 없다. 취향에 맞는 음악까지 틀면 완벽하다.


 사무실에서 팀원에게 말 거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다만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넘어가자. 이어폰 문화가 앞으로도 최소한 우리 사무실에 잘 정착될 수 있!



억울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직군마다 산업마다 상황이 달라 예외 케이스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부주의가 사고로 직결되는 현장이거나 하면 이어폰은 절대 금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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