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취준생이라는 단어로 나를 설명하고 싶지 않아 발악하는 꼴이 가끔 우스울 때가 있다.
그러니까 졸업을 하고 나면 어딜 가든, 누굴 만나 든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뭐해?
앞으로 어떤 일 하려고?
학생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사회에 발을 들이진 않은, 그저 취준생에게 이런 질문은 나 스스로가 먼지보다 못한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저 아, 저는 OO대학에서 OO을 전공하고 있어요 라는 짧은 한마디면 내 소개가 끝났던 2년 전 그때가 너무나도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그땐 적어도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하다 못해 취업을 위해 필수라는 오픽 시험에서도 첫 문제는 자기소개다. 이름과 나이를 말하고 나면 내가 지금 취업하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그래서 AL이 나에게 지금 얼마나 필요한지 모니터 안에 있는 AVA를 끌어내서 한참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을 지경이다
학생증도, 명함도 없는 난 도대체 이름 말고 나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
어릴 적부터 줄곧 어떤 상황에서든 남 탓, 상황 탓은 하지 말자고 다짐해왔는데 마지막에 꼭 덧붙이는 "코로나 때문에 취업이 좀 어렵네요"라는 부연설명이 그저 무소속 취준생이라는 사실보다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내 존재 가치가 생기는 것 같고 그저 취준으로부터의 도피로 대학원에 간 것이 아닌 정말 내가 원해서 대학원을 선택한 것에 대한 증명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꾸만 상황 탓을 하게 된다.
내 삶에 어떤 순간을 떠올려봐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노력들이 전부 하찮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취준생 신분이 된 지 고작 2주 만에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
그냥 오픽이나 연습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