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세신을 했다.
새 신을 신고 뛰는 것처럼 몸이 가벼운 하루였다.
해마다 가을이 깊어지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
가을에 귀빠진 우리는 올해 어디를 갈지에 대한
대단해보이지만 별거없는 토론 끝에 스파를 갔다.
족욕을 하고 각종 수식어가 붙은 방을 헤집고 다니다
결국 70도가 넘는 찜질방에 드러누웠다.
인생을 꽤 겪어 그런지 그래도 예전보다는 오랜시간을 함께 했다.
점점 같이 견뎌내는 시간이 자라나겠지.
서로를 응원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게 아닐까.
하나 두울 나가고 홀로 남은 나는
생각에 사로잡혀 괜히 혼자 뭉클해졌다.
완벽한 대문자 영어 T를 소유했지만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에게는 대문자 F인 나는
망상에 빠져 땀내 가득 방에서 빠져나와 친구들을 찾았다.
수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목욕의 시간이 왔다.
각자의 스타일과 소요시간을 존중하며 탕으로 향한 우리들.
낯선 곡 세신사님 손에 몸을 맡기기에 손을 타는 나는
각자의 시공에 빠진 친구들을 찾아 삼만리였다.
목욕재개로 예뻐지고 싶었던 어릴 적 마음은
무엇이, 어느 누가 훼방을 놓아도 같기에
등을 밀어줄 친구가 필요했다.
10대 시절 그 친구는 그 누구의 팔짱끼기도 거절했다.
친구를알고 10년만에 팔짱꼈던 대학시절 감격했던 기억이 있는데
누가 등밀어주는데 눈물이 나고 감동이었던건 처음이었다.
성격이 매우 다른 친구지만 마음과 의리만은 큰 산같은 사람.
가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우리이지만 미온수를 맞출 줄 아는 우리기에
세신을 한 나는 새 신을 신듯 친구와의 새로운 시절이 시작된 기분었다.
고마운 곰과 사슴.
내 마음도 하늘까지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