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5. 위키드] 파트 2가 마지막일까
위키드의 날이 밝았다.
서사가 있는 뮤지컬과 연극을 꽤나 좋아해 온 나는 뮤지컬 영화를 놓치지 않는 편이다.
중학교시절 영어선생님께서는 매주 영화나 뮤지컬, 오페라에 등장하는 곡 넘버를 원어로 외우게 하셨는데 그중 하나가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연극과 오페라, 특별히 뮤지컬 공연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훗날 동아리멤버로 뮤지컬을 즐겼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뮤지컬영화라는 단어가 그렇게 자주 쓰이지는 않았다.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던 날 중에도 막상 뮤지컬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던 친구는 없었고 때문에 난 혼자 본 첫 뮤지컬영화를 퍼햅스러브로 기억한다. 남녀노소 신나게 보았다고 여전히 회자되는 맘마미아 1-2, 레미제라블,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그리고 국내 뮤지컬영화로 이름을 날린 영웅까지 이제는 일시성을 가진 공연예술로서의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지속성을 겨냥한 콘텐츠로서의 시각예술이기도 한샘이다.
런던에서 본 위키드가 뮤지컬영화로 제작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전 세계가 요동쳤다. 나 역시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뮤지컬영화를 보고 나면 막상 실망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시간이 지나 혹시나 하고 봐도 역시나 하고 또 실망을 해서 사실 뮤지컬영화를 볼 때는 이를 대하는 내 마음이 다르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을 듣는다는 마음으로 개봉일에 맞춰 티켓팅을 하고 당일에 간 영화관은 평일낮인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귀엽게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암전이되고 두 시간 사십 분이 흘렀다. 찬란한 비주얼효과와 완벽에 가까운 시지가 시간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너무나 지루했다. 그냥 두 시간 사십 분 동안 강변을 달리거나 드라이브를 하는 게 더 기분전환이 됐을지 모르겠다. 음악과 씬의 조우는 공간감과 어우러져 나무랄 데 없이 어색하지 않게 이어졌는데 아리아나 그란데가 신나게 노래하는 기분이 아니었달까. 연기와 함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서 음악을 한껏 즐기는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난 엘파바역을 한 신시아 에리보를 브로드웨이에서 잘 나가는 배우 정도로 인지했는데, 위키드 뮤지컬영화를 통해서 그녀의 매력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아리아나그란데와의 연기 역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서사성이 아쉬운 상황에서 파트 2로 다시 이어가기를 해야 한다는 점과 그 사이에 에 있을 수많은 현생 이야기로 다시 복기를 해야 한다는 과업을 남긴 위키드 파트 1이 꽤나 얄궂게 느껴졌다.
위키드 브랜딩을 위한 마케팅 활동으로써의 뮤지컬영화로 이야기 한다면 브랜드 에쿼티는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인다.
영화를 만든 제작자도,연출자도, 관객도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읽고 나면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