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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뭐 하고 지냈니

[log4. 모아나 2] 너 여전하구나

by 쿤스트캄

“그동안 뭐 하고 지냈니? “

“너 여전하구나! “


예전에는 근황토크를 하다 저런 답을 들으면 기분이 뭐랄까 살짝 옹졸해지면서 내가 하루하루 나아지지 않나 싶어 속으로 나를 끝까지 내몰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여전하다는 말을 들어도 뾰로통한 모난 마음보다는 이상해지지는 않았구나 싶어 안도한다.


시간이 흐르면 생각도 흐른다.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날씨도 생각도 변한다. 그래서 항상성을 가지고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은 진심으로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여기게 된다. 정작 본인들은 속으로 끙끙 앓고 있을지 모르지만.


모아나는 어땠을까. 모아나 1을 친구의 손에 이끌려 봤던 기억이 있다. 도전적이고 심지굳은 모아나는 세상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씩씩했다. 그리고 튼튼했던 기억이 난다. 해가 흘러 모아나 2 개봉 소식을 접했다.


파괴를 막기 위해 저주를 깨기 위해 떠나는 모아나. 예상대로 본인이 가진 달란트와 역량을 발휘해서 고난과 역경을 잘 이겨내는데, 유달리 눈에 보인 것은 길어진 호흡과 고민 가득한 눈빛이었다.


내가 비슷한 마음이라서 그렇게 보인 걸까. 아니면 모아나도 삶을 살아가다 보니 그런 성향을 갖게 된 걸까. 무조건적으로 맞서 싸운다기보다 주변을 둘러보고 함께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의 협력으로 선을 이루는 것 어쩌면 나이를 제대로 먹고, 마음 역시 익어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싶다.


모아나는 여전히 씩씩하고 아름다운 어린이(?), 청소년(?)이지만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고 어른이 되었으면 정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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