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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시마니아

나는 후레시마니아였다

by 쿤스트캄

#1 어릴 적 나는 껌을 씹었다. 껌은 간식의 일종인데, 질겅질겅 씹는 게 굉장히 세련된 모습으로 비쳤다. 매일 만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브라운관 앞에 종종거리고 앉아서 '쥬시후레시, 후레시민트, 시아민트, **검!' 광고를 접했고. 세뇌된 나는 후레시가 들어간 껌을 늘 끼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재킷, 바지 등 호주머니에서 못내 씹히지 못한 녀석들이 후에 나와 서러운 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몇 해가 흘렀을까. 내가 한껏 이집트의 벽화에 빠져있던 때에 핀란드라는 귀에 익게 되었는데 이건 바로 자일리톨이 시장에 처음진입하던 때 쉴 새 없이 보았던 광고 때문이었다. 달디 단 껌이거늘 자기 전에 핀란드 사람들을 껌을 씹는다는 이야기에 한껏 취해서 너도 나도 씹어댔던 그 자일리톨. 엄마와 함께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샀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씹던 자일리톨도 무슨 이유에선지 멀어졌고 이제 껌을 씹는 경우는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받은 도로교통공사메이드 졸음뚝껌 정도다. 캔디로 갈아탄 나는 이탈리아 집집마다 만드는 레몬사탕이나 코피노 커피사탕 정도로 입가심할 때 먹을 뿐이다. 후레시하게 말이다.


#2 지금의 랜턴 혹은 플래시를 과거에는 후레시로 불렀다. 조명이 나가거나, 갑작스러운 정전이 일면 하얀색 늘씬한 양초와 건전지를 먹고사는 후레시를 찾았다. 또 꽤나 사진 찍기를 즐겼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후레시가 터질 거라는 소리에 눈을 부릅떴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아주 편안하게 휴대폰에 있는 플래시 기능으로 요리 저리 사용한다니만 후레시 시절에는 보물찾기 놀이도 하고 잃어버린 물건도 찾고 아주 요긴하고도 신박한 장난감이었으니 배터리를 다 먹지 않았기를 늘 기도하며 플래시를 켜댔던 순진한 나였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후레시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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