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가 되고 싶은
보이스톡 부재 뭘까 싶었지만 잘못 건 거라고 했다 아는 사람이지만 이미 온라인 세상에서는 이름이 지워진 지 오래인 친구였다 한때는 서로에게 동그라미가 같은 존재이기를 바란 적도 있지만 복잡하고 무거운 게 별로라며 진지해질 겨를 도 없이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버렸다 쓰라린 상처가 아닌 살짝 긁힌 스크래치도 아픈 건 동일했고 힘들게 열어보려 했던 마음도 닫히고 말았다
해가 바뀌고 한겨울이 지나자 매섭고 날카로운 기억은 흐릿해졌고 앞뒤가 마지않는 인사말도 친근하고 반가운 낱말로 치환되어 다정하게 그 단어를 받아냈다 조금은 나아졌다 더 잘 맞았다는 착각을 밥 먹듯 하며 이어간 대화는 점점 동그라미를 향해갔다 이내 곧 스케줄에 한 줄 차지해 버렸다
수많은 짐작과 가정 속에 대화가 이어졌고 점점 동그라미 표시를 해둔 날이 다가왔다 장소와 시간과 무엇을 할지에 대한 명확함은 나 스스로 그리고 상대를 향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세모인 채 두는 것이 자유로움과 유연함을 상징할지 모르지만 나의 문화에는 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그라미도 찌그러지고 접히기 쉬운데 세모에서 동그라미가 되는 건 사실 모서리의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니까 아무리 매력적이고 궁금할지라도 답답하고 짜증 나는 상황이 연출도면 그건 결코 동그라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일시적이고 간헐적인 행동으로 동그라미인척 할 수 있지만 결국 세모가 되어 앞으로 굴러갈 수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