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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걸음

함께 하실 분?

by 쿤스트캄

4월이 되자 따뜻한 색과 소리의 연주와 변주로 가득하다. 겨울에서 봄이 되면 나를 비추는 햇빛의 농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미세먼지와 황사가 늘 우리를 기다려도 난 조심스레 봄빛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빛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나의 걸음수는 빠르게 올라간다. 한해살이를 증명하듯 해마다 비슷한 점들로 그래프를 그려가는 나의 걸음이 정겹다.


달팽이 걸음으로 같은 곳을 오가다가 대공원 얼룩말처럼 집 밖을 뛰쳐나가기도 하고 경사진 산줄기를 오르기도 한다. 어떤 순간에는 편안하게 고개를 굽어 얼마큼 왔는지 알아채지만 어떤 날은 그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스마트워치에 남겨진 걸음 수 데이터가 아닌 걸음을 공유한 사람들과의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더 소중한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나 싶기도 하다. 만보기와 광고보기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며 소확행을 누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우리 아버지가 있다. 발이 아닌 손목이 나갈 거 같아서 다정한 실랑이를 했는데 버스에서 만난 아저씨의 손목스냅을 보고 아차 싶더라.


내가 마이너리그를 걷고 있구나. 하지만 난 계속 이대로 걸을 예정이다. 등 뒤를 밀어주는 따뜻한 봄빛 아래 다정한 걸음으로. 지하 계단도 공룡 능선도 두렵지 않다. 함께하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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