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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바스러진 몸, 그 후

by 쿤스트캄

날씨가 나를 위로한다. 유난히도 맑은 월요일, 나의 주말누림을 아쉬워하는 주말까지. 평소라면 아쉬웠을 텐데,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위로가 되는 건 사실이다.


다음은 외출한 느낌 혹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척하려고 한 행동들이다.

- 선물 받은 맛있는 디저트 예쁜 플레이트에 담고 맛있는 홍차 내려 마시기

- 우산 들고나갔다 들어오기

- 스케치북에 말도 안 되는 그림 그리기

- 브런치 부여잡고 글쓰기

- 오랫동안 존재만 확인한 채 연락하지 않고 지낸 친구와 통화하기

- 다리 쭉 뻗은 채 스타벅스에서 음료 시켜서 종일 시간 보내기

- 홈쇼핑 보다 여행패키지 가예약하기

- 가족과 친구에게 바깥날씨 계속 묻기

- 산책하는 강아지 쳐다보기

- 누워서 하늘 바라보다 해지는 풍경 감상하기

- 외장하드에 담긴 십수 년 된 여행 기록 꺼내보기

- 풀 메이크업하고 병원 가기

- 인스타로 사람들 뭐 하고 사나 찾아보기


효과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놓치고 있던 감정과 감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일상 속 사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볼륨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좀 더 기억할 수 있는 분량이 늘었다.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바깥을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 중 하나는 해방감을 위해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 부분이 해소되면 대상이 장소든 사람이든 좋아하는 마음이 들고나면 나아가 계속해서 충성하고 싶은 태도마저 갖게 한다.


코로나 시기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8인조를 4인조 두 개로 나누고 4인조를 2인조 두 개로 나뉘어 어떻게든 만나고 교류하려고 애썼다. 그 사실이 파티룸과 모임대여공간이 고요하고 으슥하게 성장하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외출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또 한 움큼 느낀 하루다. 땅을 밟고 뛰는 것도, 갑작스러운 비로 어깨가 젖는 것도, 즐겨마시는 커피를 사러 가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고 웨이팅을 하는 것도, 내한공연에 가기 위해 먼 길을 나서는 것도 귀한일이다. 그리고 그 귀한 일을 같이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부러운 것도 고마운 것도 많은 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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