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st Yul Aug 31. 2017

09. 엄마도, 알고 있었어.

일단 생각하다

32년 동안 한결같은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당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기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딸에게 자식에게 당신의 살아와봤기 때문에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이렇게 해야 하는 잔소리 없이 일단 믿어준다. 나의 32년 베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나는 공부를 그래도 곧잘 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서울로 대학을 가겠다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중요한 시기에 이성친구를 사귀면서 성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한테 불려 가서 혼날 정도로 떨어짐 ) 엄마는 공부는 어떻게 할래 성적 떨어지면 어떻게 할래. 가 아닌 '유라 네가 한 결정이니까 나중에 후회만 하지 말라고' 그 말씀하셨다. 아마도 우리 엄마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학교를 자퇴하고 일하고 싶다고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도 네가 후회하지 않고 하고 싶으면 하라고 응원도 해주셨다. 그런 응원에 항상 힘이 났다.


에이전시에 입사 후 3개월째 처음으로 엄마한테 힘들다고 울면서 전화한 적이 있다. 디자인이 너무 어렵고 매번 디자인할 때마다 혼나고 자존감은 매번 떨어진다고 그만둬야 할 거 같다고 이러다가 진짜 죽을 거 같다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김없이 엄마는 그래 네가 잘 생각하고 결정해. 이럴 텐데 이번엔 달랐다. '버틴 만큼 배울 점이 많진 않냐고. 그 고생이 나중에 다 도움이 될 거라고' 다시 들어가서 열심히 하라고. 평상시에 엄마의 조언과는 달랐었다.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얄밉기도 하고 되레 화를 더 냈었다. 그렇게 3년을 버티다 보니 엄마 말대로 나는 많을 걸 얻을 수 있었고 나름 성취감도 있었다. 퇴사를 하고 쉴 때 엄마한테 '왜 잔소리도 안 해? 결혼해라. 멀 또 배우려고 하냐. (매번 머 배우려고 발악하는 중) 돈 모아라 걱정도 안 되냐고. 보통 엄마는 자식들이 삐뚤어질까 봐 더 나은 삶 살라고 하는데 엄마는 왜 안 해?'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의 답변은

'엄마도 잔소리하고 싶지. 대학도 어디 가라. 교대 가라 사대 가라. 엄마도 평범한 엄마인데 잔소리하면 더 안 할 거고, 본인이 느껴야 하는 거지. 억지로 하면 힘들다. 잔소리 안 해도 잘 컸잖아. 그래서 엄마는 우리 딸 믿어.'  믿는다 라는 말이 혼나는 거보다 더 무섭다. 믿어주신만큼 잘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디자인하면서 힘들 때나 고민일 때 내가 또 뭔가를 (나이 먹고) 새로운 걸 하려고 할 때 우리 엄마는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다. 믿어주는 힘이고 나에게 가끔 디자인을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나서 가게 하는 나의 힘이다.  

그런 엄마를 나는 오늘도 존경하고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08. 1 Pixel, 집착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