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위에서도 알아줄만큼 운동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꾸준히 했었고, 중간 중간에 배드민턴이나 탁구도 즐겼다.
군복무 중에는 대테러작전부대에 소속되는 바람에 매일 아침 5km를 뛰고 턱걸이와 팔굽혀펴기가 일과였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은 테니스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그런 내가 두려워하던 운동이 하나 있다.
바로 자전거.
참 웃기지 않는가?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즐겨 타는 자전거를 건장한 30대 남성이 타지를 못해 쩔쩔맨다.
물론 배우는 것을 시도는 했었다. 5살 때.
세발 자전거로 마음 껏 놀이터를 왔다갔다 할 때쯤 두발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덧댄 네발 자전거로 넘어갔고,
네발 자전거로 동네를 폭주하고 나서는 드디어 두발 자전거로 넘어갔다.
난생 처음 보조바퀴 없이 위험한(?) 자전거 앞에서 5살짜리 폭주족은 긴장했고, 두어 번 시도하다 옆으로 넘어졌다. 심하게 넘어지진 않았지만 무릎이 조금 까졌고 피를 본 나는 두려워했고 그 후로 자전거를 은퇴했다.
폭주족이 사라진 동네는 평화를 되찾았으나(?) 그 기억은 나에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후로 딱히 자전거를 탈 일이 없었다. 아니 가끔 있었어도 피했다. 여행가서도 타지 않았고, 썸녀가 타자고 하면 '난 손잡고 걷는게 더 좋아' 라며 위기를 모면했다 (근데 반응은 좋았음)
그나마 가족여행을 가면 2인용 자전거 뒷자리를 차지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때보다 근력도 훨씬 세고 방향감각도 좋고 넘어져도 덜 충격을 받는 정신과 신체를 가졌다.
(근데 무릎까짐은... 30이 넘어가니까 까진 상처가 잘 안나음 흑)
그럼에도 자전거를 두려워하는 내 자신이 마치 서커스에서 코끼리를 잘 다루려고 어릴 때 부터 한 쪽 다리를 말뚝에 묶어놓는다는 스토리가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서 코끼리는 성장해 말뚝 따윈 뽑아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계속 묶여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슴 한 켠에 '언젠가 정복해야할 종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두려움에 쉽사리 배우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 뭐가 두려웠느냐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었던 것 같다. 다 큰 어른이 비틀대며 자전거를 연습하는 것을 옆에서 수근댄다던가, 크게 소리를 내며 넘어지기라도 하면 주위 사람들이 바라볼 상황을 상상만해도 별로였다.
'난 자전거를 못타' 라는 생각이 말뚝이라면 이 두려움은 말뚝과 나를 연결하는 줄이었던 것이다.
결국 난 이렇게 자전거 바퀴를 구르지 못하고 평생을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