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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킴 Jul 30. 2023

네? 서른 살이 넘었는데 자전거를 못탄다고요?

나는 주위에서도 알아줄만큼 운동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꾸준히 했었고, 중간 중간에 배드민턴이나 탁구도 즐겼다.

군복무 중에는 대테러작전부대에 소속되는 바람에 매일 아침 5km를 뛰고 턱걸이와 팔굽혀펴기가 일과였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은 테니스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그런 내가 두려워하던 운동이 하나 있다.


바로 자전거.


참 웃기지 않는가?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즐겨 타는 자전거를 건장한 30대 남성이 타지를 못해 쩔쩔맨다.


물론 배우는 것을 시도는 했었다. 5살 때.

세발 자전거로 마음 껏 놀이터를 왔다갔다 할 때쯤 두발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덧댄 네발 자전거로 넘어갔고,

네발 자전거로 동네를 폭주하고 나서는 드디어 두발 자전거로 넘어갔다.


난생 처음 보조바퀴 없이 위험한(?) 자전거 앞에서 5살짜리 폭주족은 긴장했고, 두어 번 시도하다 옆으로 넘어졌다. 심하게 넘어지진 않았지만 무릎이 조금 까졌고 피를 본 나는 두려워했고 그 후로 자전거를 은퇴했다.

폭주족이 사라진 동네는 평화를 되찾았으나(?) 그 기억은 나에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후로 딱히 자전거를 탈 일이 없었다. 아니 가끔 있었어도 피했다. 여행가서도 타지 않았고, 썸녀가 타자고 하면 '난 손잡고 걷는게 더 좋아' 라며 위기를 모면했다 (근데 반응은 좋았음)

그나마 가족여행을 가면 2인용 자전거 뒷자리를 차지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때보다 근력도 훨씬 세고 방향감각도 좋고 넘어져도 덜 충격을 받는 정신과 신체를 가졌다. 

(근데 무릎까짐은... 30이 넘어가니까 까진 상처가 잘 안나음 흑)

그럼에도 자전거를 두려워하는 내 자신이 마치 서커스에서 코끼리를 잘 다루려고 어릴 때 부터 한 쪽 다리를 말뚝에 묶어놓는다는 스토리가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서 코끼리는 성장해 말뚝 따윈 뽑아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계속 묶여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슴 한 켠에 '언젠가 정복해야할 종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두려움에 쉽사리 배우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 뭐가 두려웠느냐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었던 것 같다. 다 큰 어른이 비틀대며 자전거를 연습하는 것을 옆에서 수근댄다던가, 크게 소리를 내며 넘어지기라도 하면 주위 사람들이 바라볼 상황을 상상만해도 별로였다.


'난 자전거를 못타' 라는 생각이 말뚝이라면 이 두려움은 말뚝과 나를 연결하는 줄이었던 것이다.


결국 난 이렇게 자전거 바퀴를 구르지 못하고 평생을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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