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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킴 May 14. 2022

한국 취업시장에서 불가촉천민인 인도 유학생의 취업후기


지금 생각해보자면 취업 준비를 하면서 받은 200개도 넘는 탈락 메시지의 진정한 의미는

실패와 좌절에 익숙해져야 사회에 나갈 수 있다

였던 것 같다. 


물론 운도 많이 따른다. 익숙해졌다고 턱턱 합격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그 만큼 냉정한 실패를 맛보지 못했던 것 같다.

(고백했다 차인 경험 미포함)



그런 탈락 메시지의 200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내가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들은 다음과 같다.


1)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미련 버리기

2) 경쟁이 낮은 루트 찾기

3) 정해진 틀 안에서 내 색깔 보여주기

4) 긍정 에너지 유지하기

5) 모든 곳에 지원하기

6) 빠르게 취업하기



1)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미련 버리기


대부분 취준생들이 탈락 소식을 접하면, '성실하지 않았던 과거' 나 '현재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 에서 원인을 찾고 자책한다.


"왜 그 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았지?"

"왜 자격증 하나 따지 못했지?"

"왜 로망을 따라 전공을 프랑스어로 선택했을까? 왜 과학을 좀 더 사랑으로 보드담아 줄 수 없었을까?"

("왜 당시 비트코인의 존재를 몰랐을까?")

등의 자책 말이다.


나의 문제점을 찾고 복기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바꿀 수 없는 과거를 계속 끌고가면서 후회하는 것은 앞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바꿀 수 없는 요소들을 먼저 리스트업했다. 


바꿀 수 없는 것들:

1) 학점 (3.0이 안되었던 나의 학점)

2) 전공 (제조업과 IT 강국 한국에서 평범한 경영학도는 문송했다)

3) 인도 유학생 (인맥 전무, 낮은 인지도)

4) 유학생 출신 (한국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혼자 튄다는 편견이 없잖아 있었음)


그리고 이것들에 대해 신경을 껐다.

대신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에게 더 신경을 썼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

1) 일하고 싶은 산업과 기업 정보 수집

2) 채용설명회에 참가해 현직자로부터 정보 및 연락처 수집

3) 모의 면접 및 복기

4) 자기소개서 첨삭 및 인적성 공부



2) 경쟁이 낮은 루트 찾기


이 사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더 빨리 취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자소서 > GSAT > 면접 > 삼성전자' 라는 정통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정통 공식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빡세다.


정통 공식만이 답은 아니다

취업의 길은 다양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고, 그 길 중 최대한 나에게 유리하고 경쟁이 낮은 루트를 찾아 승부를 봐야한다.

(취준생의 목적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지 자소서를 기깔나게 쓰고 인적성을 100점 맞는 것이 아니다)


취업시장은 원래 불공평하다. 


정보의 불균형도 크고 인적성 문제를 선천적으로 잘 푸는 친구도 있고 시기도 잘 맞아야 하고 운도 많이 따른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똑바로 서있으려고 하면 기울어진다.

나도 몸을 기울여야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


삼성전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GSAT 를 두 번 봤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보통 GSAT 을 봤고, 두 번째는 "어차피 떨어질거 색다른 경험이나 하자" 라는 생각으로 영어 버전으로 봤다.

근데 웬일? 영어 버전은 까다로운 유형 하나가 아예 없었다. 난이도가 훨씬 쉬웠던 것이다.

이렇게 조금만 샛길로 빠져보면 경쟁이 더 낮은 루트를 발견할 수 있다.


어쨌든, 당시 내가 찾고 적용했던 루트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인도 혹은 인근 국가에 진출(예정) 기업 검색해 지원

2) 채용 프로세스에 학점 제한, 인적성이 없는 기업들 지원

3) 장교 출신 채용 기업들 지원 (장교 출신에게 원하는 역할과 롤모델은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일단 지원)

4) 내 명함을 만들어 각종 채용설명회나 현업자와의 접점에서 명함 교환하기 (그리고 나중에 따로 연락)

5) 관심있지만 채용공고가 없던 기업들의 인사 담당자에게 이메일 보내기 (일명 짝사랑 지원)


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고 면접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혹시 이걸 보시고 글쓴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시는가?

나는 당시 아는 선배도 없어 정보도 부족했고 자소서랑 인적성은 난생 처음이었고 학점도 2점대인 '불가촉천민' 이었다.


내가 가진 '마이너리티' 를 오히려 경쟁이 낮은 루트에 적용시켰고 '특별함'으로 바꿨을 뿐이다.

누구나 본인의 배경과 경험을 잘 적용한다면 본인에게 유리한 루트를 찾을 수 있다.



3) 정해진 틀 안에서 내 색깔 보여주기


아무래도 기업은 다수가 공통된 규칙 안에서 함께 일하는 조직이다보니 '규율'을 중시한다.

하지만 너무 지켜진 규칙에만 딱딱 따르면 내 색깔을 잃게 되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큰 틀은 지키되 그 안에서 나의 색깔을 보여준다면 다른 지원자들보다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다.


나는 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내 색깔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 인적성에서는 내 색깔을 보여주면 탈락하는구나?)


자기소개서:

채용 담당자는 그 많은 자기소개서를 하나하나 읽는 것은 상당히 고역이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소한 재미도 주고, 나의 인상도 남기고 싶어서 첫 번째 문항은 일상 속 특이한 주제로 쓰며 후킹을 시도했었다.


예: 어제 저녁으로 쫄면 순두부를 먹었는데 다 먹어갈 때 쯤 뚝배기 바닥에 떡이 몇 점 있더라.

별거 아니었지만 손님을 위해 놓치지 않고 넣어준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이런 사소한 마음이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블라블라...

*실제로 이 내용으로 XX은행 서류 합격을 했다.


면접:

면접은 내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접점이다.

내 생각이나 취미, 관심사를 너무 회사에 맞추지 말고, 솔직한 것이 내 색깔을 잘 드러내고 신선할 수 있다.

SPC에 지원한다고 취미가 꼭 '디저트카페 방문하기' 일 필요는 없다. 낚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공감을 산다면 더욱 좋다)

하지만 정치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지나친 소신은 오히려 면접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정해진 틀 안에서 내 색깔을 보여주자)


나는 면접에서 긍정적이고 유쾌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세와 말투는 정중하되, '보고나 발표' 보다는 '약간의 유머를 섞은 일상 대화' 느낌으로 진행했다.

면접은 인터뷰어도 인터뷰이 모두의 체력과 정신력, 시간을 소모한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즐겁게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고, 돌아보자면 분위기가 좋았던 면접에서 보통 더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



4) 긍정 에너지 유지하기


취준생 당시, 길거리에서 누가 취업준비생인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륜안을 개안했었다.

인적성 책과 노트북이 든 무거운 가방, 편안한 눈빛과는 달리 조급한 발걸음, 회색빛이 도는 분위기.

난 그 회색이 싫었다. 취업준비는 누구나 다 겪는 스테이지인데 마치 죄지은 것 같았다.


물론 처음에는 연속 탈락 소식을 들으며 좌절했고 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우울증 증세까지 왔었지만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과 그런 말을 하는 주위 사람은 멀리했고, 내 자신을 좀 더 믿었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었다.


스터디를 함께 하는 분들께는 

어차피 몇 십만명과 경쟁하는데 우리끼리라도 서로 도와주고 배워봐요

라는 생각을 전달했었고, 감사하게도 공감을 해주셔서 같은 기업에 지원을 하더라도 서로 응원을 하는 등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


지금 생각하면 뭘 하지 않아도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야지만 죄책감이 덜해 그랬던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간다면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꾸준히 할 것 같다. 긍정 에너지를 유지하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차피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도 '아하 순간'빼고는 잘 써지지도 않는다)



5) 일단 지원하기


채용 공고를 읽어보면 나는 알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 수 있거나,

작성한 자소서 퀄리티가 너무 똥같은데 다시 쓰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지원하자

지원완료 버튼을 누른 순간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큰 확률로.


합격 50% 
불합격 50%

똥 퀄리티의 자소서로 50% 합격률을 가진다면 거저먹기 아닌가?


실제로 한 대기업에 지원할 당시,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자소서를 서류 마감 5분 전까지 작성했었다.

여전히 미완성이었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제출하려고 했다.

근데 마감시간에 가까워지니 트래픽이 몰려 서버가 터지는 바람에 주어진 시간이 1분 남짓 남았다.

그래서 급하게 지원서 항목들을 작성하다가 취미 작성란에 '고기굽기' 라고 써버렸다.

20초 남기고 겨우 지원완료 버튼을 누르고 허탈해서 웃었다.

근데 서류 합격했다. 인생 모르는 일이니 일단 지원하자.


(그리고 자기소개서는 워드 파일로 컴퓨터에 저장하는 대신 자소설닷컴 같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습관을 들이자)



6) 빠르게 취업하기


취업준비는 고시공부처럼 시간을 두고 지식을 내 머릿속에 완벽히 들이고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빨리 승부를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입사를 하면 그 곳에서 뼈를 묻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것들'의 마인드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다.

철저히 능력을 보겠다는 의도로 기업들은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바꾸고 있고, 프리랜싱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정도면 일 할 수 있다' 라고 드는 기업에 최종 합격을 했다면 얼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대신 일하고 싶은 산업과 직무인지는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직장인이 접하는 정보와 경험의 양과 질은 취준생과 비교 불가

2) 직장인이 되어도 취준은 할 수 있지만 취준생은 취준 밖에 못함

3) 돈을 벌기 시작하면 심적 여유가 생기고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음

4) 막상 일을 시작해보면 내 예상과 다를 수 있어 다른 진로를 알아볼 수 있음


물론 첫 시작을 대기업에서 좋은 연봉으로 스타트를 끊는다면 베스트다.

하지만 그 문턱을 넘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경쟁이 아주 빡세다.


그 시간에 일을 한다면? 

취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을 할 것이고 결국 원하는 곳으로의 취업/이직에도 도움이 된다.

또는 일을 하면서 가치관이 달라져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니 취준생이라면 일단 직장인의 울타리로 빠르게 들어오는 것이 좋다.



끝으로


이렇게 내가 취업할 수 있었던 비결을 내 사례와 함께 정리해봤다.

나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비결이라고 적었지만 처음부터 안 것도 아니었고,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다가 지금 정리해보니 그랬던 것도 있다.

그러니 "왜 난 이걸 이제까지 몰랐지" 는 생각보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분이 있구나. 참고할 것만 참고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읽어주시면 마음이 편하실 것이다.


'결국 우상향' 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기에, 꾸준히 지금처럼만 한다면 결국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무엇이던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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