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끝은 개그콘서트 대신 잡곡식빵

by 커리킴

영등포구청역 5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길에는 빵집이 하나 있다.

가게 이름만큼이나 뜨거운 빵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소한 냄새가 나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일요일 저녁 9시 20분, 테니스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약간의 허기가 기어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그날 게임을 잘했건 망쳤건 상관없다. 뇌는 '건강함'으로 죄책감을 최소화하고 잡곡식빵을 집도록 신호를 보낸다.


빵을 담아주신 종이봉투 손잡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백팩 옆으로 삐죽 튀어나온 라켓 손잡이에 건다.

그래야 빵이 찌부되지 않고 손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라켓에 빵봉지를 야무지게 걸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동안 오늘 했던 게임을 복기한다.

"포핸드가 확실히 세져서 뿌듯하군"

"근데 발리는 언제 익숙해지냐.. 레슨을 다시 받아?"

"즐기자고 하는 취미에 왜 다 죽자고 달려들지? 아 나도 그런가"


생각도 잠시 어느새 집에 도착한 나는 잡곡식빵을 선반에 놔둔다.

봉지 안에 일자로 서있는 식빵들처럼 또다시 한 주가 한 줄로 서서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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