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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RAGON, 그는 이미 초인이다

[Übermensch]로 GD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

by Kurt

초인(Übermensch)—니체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고 실현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단어가 주는 인상 때문에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초인은 반드시 시대를 앞서는 존재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창조한 신념을 온전히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나는 정말 니체를 사랑한다. 초인(Übermensch)이라는 개념은 내 삶을 지탱하는 철학이며, GD가 이를 앨범명으로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가지 기대감을 품고 발매일까지 기다렸다.


GD가 다시 음악 활동을 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먼저였지만, 동시에 이번 앨범이 어떤 음악적 시도를 담고 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 깊이 고민하며 들었다. 솔직한 첫 감상은 엄청난 감탄도 실망도 없었다. 하지만 이 앨범이 GD의 음악적 방향성과 의도를 너무도 명확하게 전달했기에, 복귀작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앨범이었다.


단순히 음악만으로 평가하기엔 GD라는 아티스트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증명해왔다. 그는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아니라, K-POP의 사운드를 변화시키고 문화적 흐름까지 주도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단순한 음악적 성취가 아니라, 그가 아티스트로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를 평가할 때 '천재', '트렌드세터', '슈퍼스타'라는 화려한 수식어들이 따라붙지만, 정작 이 수식어들은 GD에게 프레임이자 족쇄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음악이 정말 '천재적'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과정에서, 그는 수도 없이 과대포장되거나 평가절하되는 경험을 반복했을 것이다. 그런 GD에게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 개념은, 온전히 자기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낸 이번 앨범을 통해 실현된 것처럼 느껴졌다.



01. HOME SWEET HOME (feat. 태양, 대성)

정말 제대로 빅뱅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페스티벌튠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가 성행했던 2015년의 감성을 물씬 났다. 이 곡은 빅뱅의 냄새가 강하게 진동했고, 장르의 유행은 지났을지언정 “이것이 빅뱅의 오리지널티리티”라고 소리지르는 듯한 곡이었다.


02. PO₩ER

솔직히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쉬운 곡을 꼽으라면 나는 이 곡이다. GD가 힙합 스타일의 곡을 할 때 그의 캐릭터가 가장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곡은 선언문 같은 분위기가 강해서 다소 재미가 덜했다. 나는 GD가 Lil Wayne처럼 유치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가사를 구사할 때의 매력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 곡은 비트 자체가 웅장한 편이라 그런 재치 있고 가벼운 가사가 들어갈 여지가 적었다. 그래서인지 내 취향에서는 살짝 벗어났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곡이 나쁜 곡이라는 뜻은 아니다. 대중들이 들었을 때 충분히 매력적이고, 메시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공감할 만한 곡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자유롭고, 재치 있는 가사 스타일이 섞였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03. TOO BAD (feat. Anderson .Paak)

이 곡을 들었을 때쯤에는 GD가 이번 앨범에서 자신을 어떤 아티스트로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앨범을 만들 때 어떤 요소를 더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점점 알게 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이 앨범의 곡들을 데모 상태에서 듣고 선택했다 하더라도, 이 곡을 타이틀로 정했을 것 같다.

이 곡을 기점으로, 국내 리스너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적 클라이맥스를 일부러 억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조금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뽕끼"를 상당히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 곡은 글로벌 리스너들을 더 타겟하고 만든 음악임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피처링 비중이 너무 커서 주객전도된 곡"이라는 외부 평가가 많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곡이 좋으면 그게 전부 아닌가?"


04. DRAMA

어쩌면 이 곡이야말로 앨범 제목이 주는 기대감에 부응하는 실험적인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팝과 유로팝을 거쳐, 이제는 '이것이 오리엔탈 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MV와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꽤나 직관적으로 GD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MV와 함께 전달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05. IBELONGIIU

GD는 참 멜로디를 잘 쓴다. 그런데 이번 곡에서도 '뽕끼'를 상당히 억제했다. 어떻게 보면, 다수의 팬들이 기대하는 음악적 클라이맥스가 나오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선택이 앨범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좋은 음악적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익숙하면서도 처음 만난 것 같은 낯선 감각이 함께 공존하는 곡. 전반적으로 따뜻한 봄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06. TAKE ME

It's another love song. 멜로디만 들어도 빅뱅의 것이 느껴진다. 그냥 멜로디만으로 노스탤지어를 이끌어내는 GD의 능력은 대단하다. 내가 전에 K-POP 의 특성은 한국인들 입맛에 맞는 POP의 재구성이라고 말 했는데, 사실 한국인들 입맛에 맞는 "멜로디"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것을 제일 잘하는 그룹이 빅뱅이고 이것을 실행해내는 사람은 GD 임을 이 곡을 통해 또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07. 보나마나 (BONAMANA)

개인적으로 GD가 대중들에게 한발짝 멀어지는 모먼트의 다크하고 미니멀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은 '대중성'을 극한으로 좋아하는 나로선 극호의 곡은 아니지만 앨범의 다양한 색채를 내주려고 하는 GD의 의도는 전해졌고 납득이 갔다. 그런데 음악적으로 크게 즐길 것이 없는 곡중에 하나인 것 같다. 약간 테마곡 내지는 공연의 연출곡으로서 넣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08. GYRO-DROP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사운드와 인스트루멘탈이 조화를 이루며, 보컬 역시 하나의 악기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 느낌이었다. 신나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귀에 부담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의 극한을 보여준 곡이었다.

음악성과 대중성이 균형을 이룬 곡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으로 꼽고 싶다.


앨범을 곡별로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GD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도 놓치지 않은 핵심 키워드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야말로 그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지 리스닝’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듣고 나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GD는 이 요소를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음악적 오리지널리티를 극한으로 유지했다.

많은 리스너들은 이번 신보에서 GD가 혁신적이고 특이한 사운드를 들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언제나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작업물을 만들어왔고, 앨범명이 주는 기대감 또한 그 기대를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GD가 선택한 방향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었다.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중심에 두었다.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친숙하고 직관적이다. 현재 차트에서도 이지 리스닝 기반의 곡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음악 시장에서도 대중의 니즈가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GD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재해석하며 K-POP과 차별화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Drama’ 같은 곡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곡은 온전히 GD의 아티스트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트랙이며, 기존 K-POP의 전형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이지 리스닝이라는 틀 안에서도 GD는 자신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이런 점에서 GD는 커트 코베인과 닮은 부분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대중성을 고려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예술성과 음악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선을 지키는 아티스트다.

커트 코베인이 Nevermind 앨범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 위한 사운드를 택했지만, 결코 그가 가진 음악적 본질을 타협하지 않았던 것처럼, GD 역시 이번 앨범에서 자신이 구축한 음악적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았다.

결국 이번 앨범은 단순한 복귀작이 아니다. 물론 다양한 음악적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고, 음악을 통해 ‘초인’으로서 긴 공백을 극복하고 이 앨범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본다면, 이 앨범은 단순한 귀환이 아니다.


그는 이 앨범으로 초인이 되기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이미 초인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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