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의 역설

아껴서 좋을 것 없는 것들

by 숲속의조르바


새로 산 운동화를 몇 번 신지 않고 신발장에 넣어 두곤 잊은 채, 두어 해쯤 지나서 발견하고 신은 적이 있다. 굳이 아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희고 깨끗했던 밑창의 색깔도 누렇게 변하고 접착제도 접착력을 잃어 큰 틈새를 보이며 벌어져 있었다. 오히려 몇달을 거의 매일 신은 신발이 더 생생한 상태를 유지했었다.


아낀 것이 못 쓰게 되고 아끼지 않은 것이 괜찮은 일종의 역설이 된다.


인간이 생산한 거의 모든 재화는 사용함과 동시에 중고가 되고 그 감가가 시작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수명과 효용이 다한다.


그런데 신기하게 자동차나 집의 경우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을 때 더 빨리 망가지거나 삭아 버리기도 한다. 사람의 온기와 더불어, 무엇이든 최소한의 적정한 이용이 그 노화를 늦추게 되는 묘한 이치다.


인간이 수확하고 가공한 거의 모든 농작물과 음식 또한 아끼는 것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아껴도 언젠가는 썩고 만다.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하는 감정 표현이나 물질적 표현도 그렇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언어와 표현에도 유통기한이 있고 적정한 사용연한이 있다.


다정하고 따뜻한 말들, 꺼내기 쑥스럽지만 달큰한 말들은 특히 아껴서 좋을 것 없는 것들 아닐까 싶다.


아끼지 말고 나의 온기를 보태야겠다. 반강제로 이 글을 읽게 될 나의 지인들에게 부탁한다.


내 마음과 감정이 녹슬지 않게 적당한 윤활을 베풀어주기를 부탁드린다.
이것은 너님의 감정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제발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