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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롱 Jan 09. 2024

남들과 다른 길

선구자가 될 것인가

우리는 젊지만 그다지 젊지 않았기에 등산을 갔다. 사실 바라던 것은 1시간 이내의 산책을 통한 상쾌한 기분과 호흡이 벅차질 때 먹는 김밥 한 줄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불가능해지게 된 이유는 첫째로 팻말에 적힌 잘못된 등산 시간, 둘째로 온갖 체력회복제(해독 주스, 비타민 세트)를 먹은 탓인지 어쩌다 험난한 코스를 등산해 버리는 부조화가 일어났다.





남들과 다른 길

창의적인 것은 좋아하는 탓에, 어렸을 적부터 게임을 하든 운동을 하든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그것으로 인해 더 어려운 여정이 되기도 했었지만, 잘 맞아떨어지면 그것으로 성공적인 가치를 지녔다. 등산에도 그러한 내 주관이 반영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왜인지 올라가는 도중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서행하려고 떠난 여행이지만 여전히 느긋하지 못했던 것은 가파른 코스를 선택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중간중간 우리는 실로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날 것의 하산길이 펼쳐졌다. 갑갑한 놈이 송사한다고, 험난한 길을 본 나는 일찍 내려가는 것이 중요했기에 앞장을 서서 하산했다. 가벼운 여행이라 여기고 신고 왔던 단화 한 짝은 이후 발바닥 통증에 화근이 되었다. 그런데도 하산이 끝나고 좋은 기분이 유지되는 것은 산이 내뿜는 상큼한 피톤치드를 맡아서일까. 헬스나 등산이나 마라톤 등 하는 도중에는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으로써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이런 산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평탄한 순간도 있고, 가파른 오르막길도 있으며, 길이 아닌 듯 보이는 왜 진 곳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길들을 헤쳐 나가야, 앞으로 다가올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겠지. 산을 오른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끝없는 수련의 과정으로 보인다. 정상을 정복하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또는 경쟁 구도가 아닌 오롯이 나만의 길을 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아쉬울 수 있다. 조금 더 나았더라면,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달라질 결과에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다만 그조차 수련의 과정임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떠한가. 삶의 무수한 기로에서 오늘도 유의미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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