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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롱 Jan 09. 2024

스테이크와 구운 마늘

식사를 한다는 것

스테이크와 구운 마늘이 있다. 그대는 고기의 질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내가 굽는다고 한들 이런 맛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고기를 씹는 일이 무엇인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스테이크 굽기는 아직도 그 맛이 선명하다.





스테이크와 구운 마늘

고기의 겉면을 아주 살짝 탈 정도로 구워낸다. 고기의 육즙을 가두고, 레스팅을 통해 수분을 재분배한다. 겉바속촉 그 자체의 스테이크가 된다. 스테이크 한 조각을 썰어 먹는다. 약간은 달달한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인다. 잔잔하게 밤이 깊어간다.



문득 학창 시절 선생님 중에서 한 분이 말씀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뭐를 먹는지 보다 중요한 건 누구랑 먹느냐다” 서울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느껴졌던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느껴졌던 것은 눈앞에 놓인 음식들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 감정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 것은 스테이크를 씹으면서 확실해졌다. 별것 아닌 음식이라도, 같이 먹을 사람이 있기에 더 깊어지고, 먹는다는 행위에 더 집중이 된다. 서로 호감이 깊어질 수도 있고, 치유를 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밥'이 주는 의미가 지대하다는 것은 '식구'라는 단어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존재와의 식사는, 혼자 먹는 것만도 못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우리가 마주 보며 먹었던 한 그릇의 식사는,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난 따뜻한 위안과 희망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것을 억지로 통제하며 삼시 세끼를 고달프게 보내고, 일 중독에 빠져 살아가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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