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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롱 Jan 09. 2024

말의 와전

그런 편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흐린 날, 오전에 '서울의 봄'을 보고 나서 찝찝한 기분을 머금은 채 빌라로 돌아왔다. 이미 많은 것이 기억에 남을 서울에서의 시간이었지만, 마지막 떠나는 날까지 아늑함을 더 간직하고 싶었기에 우리는 둘러앉아 식사했다. 차돌된장찌개와 스팸, 갓 지은 따뜻한 밥. 그것으로 충분한 식사였다. 정성이 담긴 식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음식 속에 담긴 따뜻한 느낌을 고스란히 삼켜내었다.





말의 와전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난 뒤, 무언의 적적함을 달래려 넷플릭스를 켰다. 그렇게 '나는 솔로'를 보게 되었다.






우는 것에도 중독이 될 수 있을지.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감정을 게워내듯이 울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하지만 우는 행위가 마냥 좋은 호르몬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초과된 감정을, 더 이상 담아내기 벅차기에 밖으로 내뱉는 것이며, 그것으로 완화되는 스트레스의 느낌은 꽤나 편안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말이 와전되는 것이 잘 담긴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현실적이지만 또 프로그램이라는 특수 상황에 속했기에 사람들 간의 말은 보다 빠르고 자극적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에 담기는 수많은 감정을 간접적으로 바라보고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오락이나 영화, 프로그램은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문학 교수님의 말이 생각난다. 맞는 말이다. 비문학도 아닌 것을,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고 정리해서 한 편의 논문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지 않는가. '나는 솔로' 프로그램을 보았다고 해서 무언가 철학적이고 깊은 비평을 한다거나, 정말로 '말이 와전'되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펼쳐나가고 싶지 않다. 그런 편이다.



듣는 것을 너무 팍팍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좋겠다. 뱉는 것은 더욱 신중히 하는 편이 좋겠다. 한 편의 에세이처럼, 잘 설계되고 다듬어진 후 말을 뱉는 것이 아니기에, 말의 와전을 경외해야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것을 이용하고, 삐뚤어진 심보로 비굴하게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 결국에 가라앉을 것을, 정직하지 못하게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 하고자 하는 말을 줄여라, 쓰고자 하는 글도 줄여라. 전하지 않는다면, 너무나도 억울해질 메시지만 남기고 떠나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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