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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롱 Jan 09. 2024

다음에 또 봅시다

그렇지 않은가?

만남 뒤엔 이별이 남는다. 이별 뒤엔 만남이 머문다.



얼마 전 신춘문예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나만의 향수를 담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것을 좋은 향기로 인식시키는 것은 더욱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천천히 서행하려고 합니다. 소설도 그렇고 시도 그렇습니다. 수필도 그러합니다. 아직은 세상에 드러낼 수 없지만, 언젠가는 저의 숨결이 퍼지길 기원합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어떤 드라마틱한 애니였던 것이다 혹은 간질거리는 소설일 것이다 미처 느낀 것은 철저한 문학文鶴인 것이다 너의 췌장膵臟을 먹고 싶을지 모른다 실로 그것을 전했을지 모른다 익숙해진 안녕은 그조차 희망이었다 일렁거렸다 마음을 울리는 작별은 쓰라린 평안이었다 뒤척거렸다 어둠을 품은 소설 아래로 쓰러지듯 걸었고 야망을 담은 구름 너머로 하염없이 흘렀다 천천히 내게 닿는다 주름이 하나 늘었다 강물은 더 이상 쪽빛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젖지 않는 그림자가 내게 스민다 스무 개의 공병도 저마다 인사한다 잠드는 비둘기, 누워있는 직장인, 서행하는 전철 순환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창살과 창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툭툭 툭툭 갯벌에 던져진 돌덩이처럼 순식간에 잠겼고 서서히 떨어지는 중이다 그물이 찢어질 듯 포효하는 뿌연 것이 웅웅 웅웅 사정없이 찔렸던 왼쪽 옆구리는 오래도록 얼어붙어 있었다 자연의 정성, 분리된 부조화, 교감과 부교감 아물 것이다 언제나 그렇다 공병에 담길 희미한 별빛 또다시 피어날 일장춘몽 뒤덮인다 종이에 적힌 엉성한 글씨 여간 뒤척이며 세상에 내렸다 터져버린 잡념이 흐른다 불순물과 섞이며 웅얼거린다 그림자가 덮었던 스산한 심장 빗물에 젖었던 희망찬 육신 그래서 따뜻한 겨울이었다 기울어진 시선으로 유리창을 바라본다 조막한 심장 네 덩이를 만져본다 머무를 온정, 품었던 숨결, 부활할 애증 새살거리는 것이다 너도 그렇다 피어나고 저물었다 덤덤히 흘러갔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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