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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인 Oct 23. 2021

프레스턴 커브: 돈으로 수명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수명은, 과연 얼마만큼이나 GDP에 의해 설명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들을 톺아볼 때 프레스턴 커브를 언급하지 않기는 어렵다. 프레스턴은 20세기 기대수명 증가의 동인을 한 국가의 경제 성장과 그 밖의 요인으로 분해하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193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의 수명 증가의 84% 가량이 국민소득 증가가 아닌 다른 동인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Preston, 1975). 어떻게 프레스턴이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 그 논리를 따라가보자.


 프레스턴은 1930년대와 1960년대 사이에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과 평균 기대수명의 관계를 나타내는 회귀선(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의 함수적 관계를 나타내는 선)이 좌표평면 상에서 위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즉, 같은 소득 수준에서 누리는 기대수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국가별 국민소득과 기대수명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프레스턴의 이름을 따 '프레스턴 커브'라고 하는데, 그가 1975년 논문에서 처음으로 프레스턴 커브를 그릴 당시에는 1900년대의 1인당 국민소득과 기대수명에 대한 자료를 모두 갖춘 나라가 10개 정도였을 뿐으로, 표본크기가 너무 작아 통계적 분석이 곤란했지만, 학자들의 연구가 누적되어 보다 풍부한 데이터들에 접근이 가능해진 지금 시점에서는 1900년대에 대해서도 프레스턴이 한 것과 똑같은 분석을 해볼 수 있다.


 경제사학자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역사통계인 Maddison Project Database의 2020년 자료와 Our World in Data가 정리한 기대수명 자료를 바탕으로 1900년 즈음의 시점부터 2018년까지 약 30년 단위로 그린 프레스턴 커브를 한 평면에 나타낸 것이 아래의 ‘그림1’이다(자료가 비교적 부족한 1900년과 1930년의 자료는 각각 1900년, 1930년을 기준으로 +-5년 이내의 값 중 기준 연도에 가장 가까운 연도의 자료를 이용했다).


그림1. 새로 그린 프레스턴 커브


 x축은 1인당 GDP를, y축은 평균 기대수명을 나타낸다. 이렇게 그린 프레스턴 커브를 통해 각각의 주어진 한 시점에는 GDP와 기대수명 사이에 정(+)의 관계가 성립하며, 또한 커브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위로 이동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래의 그림2는 똑같은 그래프의 x축을 로그 단위로 표시한 그래프다.


그림2. x축을 로그 스케일로 표시한 새 프레스턴 커브


 그럼 프레스턴은 어떻게 수명의 증가에서 경제 성장만으로 인한 증가를 따로 떼어 볼 수 있었을까? 그림3은 프레스턴의 논리를 도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1930년에서 1960년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1인당 GDP가 $2,500에서 $7,500로 증가한 지역이 있다면, 아래 좌표평면에서 이 지역의 위치는 점A에서 점B로 이동했을 것이다. 동시에 점A와 점B 사이의 낙차인 a'+b'만큼 기대수명이 증가했을 테다. 그런데, 그래프의 이동이 없었더라도, 1인당 GDP가 2,500달러에서 7,500달러로 증가하면, 1930년대의 GDP와 수명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빨간 회귀선 상의 이동으로 인해 a'만큼의 수명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a'는 그래프를 이동시키는 다른 어떤 요인의 변화가 없을 때의 경제 성장만으로 인한 수명 증가분이다. 반면, 나머지 b'은 경제 성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래프 자체의 이동으로 인한 증가다. 즉, 똑같은 1인당 GDP 수준에서 각각 1930년대와 1960년대에 누릴 수명의 차이에 해당하는 증가분이다.


그림3. 그래프 상의 이동(a')과 그래프의 이동(b') 분해하기


 아래 그림4와 같이 분해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193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GDP는 점A에서 조금도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그래프의 이동으로 인해 b''만큼 기대수명은 증가했을 것이다. 그 나머지 a''는 a'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한 그래프 상에서 x의 변화로 인한 y의 증가분이라는 점에서, 경제 성장에 기인한 수명 증가분을 나타내고 있다. a'a'', b'b''의 평균이 각각 대략 경제 성장으로 인한 증가 “(a'+a'')/2”와 그 나머지 외생적 요인으로 인한 증가”(b'+b'')/2”에 각각 해당한다. 프레스턴이 각 지역별로 이런 계산을 수행한 후, 인구수로 가중치를 주어 합한 결과, (2.5+1.3)/2=1.9년 만큼이 국민 소득의 성장으로 인한 증가분이었고, (10.9+9.7)/2=10.3년 만큼이 그 나머지로 인한 증가분이었다. 즉 12.2년 중 84% 가까이가 경제 성장으로 인한 증가분이 아닌 그 나머지 잔차에 해당했다(Preston, 1975).


그림4. 그래프 상의 이동(a'')과 그래프의 이동(b'') 분해하기


 새로 그린 그림1의 프레스턴 커브에서, 프레스턴의 방법을 따라, 1900년 즈음부터 2018년까지의 기대수명 증가를 GDP의 증가와 그 외적 동인으로 인한 증가분으로 각각 분해해보도록 하자. 프레스턴이 1975년 논문에서는 분석하지 못한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수명 증가를 먼저 분해해보았다. 1900년경 1인당 GDP와 기대수명 사이에는 아래 식(1)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식(1) : 기대수명 = 12.473*ln(1인당 GDP)-60.097


반면, 1960년대에 1인당 GDP와 기대수명 사이에는 아래 식(2)와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식(2) : 기대수명 = 14.103*ln(1인당 GDP)-68.363


 식(1)과 식(2)에 매디슨 데이터베이스의 지역 분류에 따른 지역별 1인당 GDP를 대입하고, 마찬가지 자료의 지역별 인구수에 따라 가중치를 주면 아래의 표1과 같아진다.


표1. 1900년대에서 1960년대 기대수명의 증가 분해하기


 즉, 표1에 따르면 1960년까지 1인당 GDP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더라도, 회귀선 자체의 이동으로 인해 평균 14년 정도 수명이 증가했을 것이며, 회귀선이 이동하지 않은 채로 GDP만 증가했다면 6.4년 정도 수명이 증가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68.7% 정도(14년)가 GDP가 아닌 외생적 변수로 인한 증가였다. GDP 증가에서 비롯된 수명 증가는 전체의 1/3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보면, 1960년 이후부터는 기대수명의 증가 요인에서 GDP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난다. 1960년부터 1990년까지는 11.9년 중 6.6년(55.5%), 1990년부터 2018년까지는 8.3년 중 5.1년(61.1%)이 GDP의 증가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스턴의 후속 연구(Preston, 1980; Preston, 1985) 역시, 1960년 이래 저개발 국가들에서 1인당 국민소득과 문해율, 영양 상태 등의 지표들이 그 전에 비해 사망률 감소의 주도적인 요인이 된 것을 발견한 바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류가 1900년대 이래 경험한 기대수명의 증가에서 그래프 자체의 이동으로 인한 증가가 그래프 상의 이동으로 인한 증가보다 다소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새로 그린 프레스턴 커브에 따르면, 2018년의 세계 GDP가 1900년 시점의 GDP에 비해 전혀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인류는 그래프 자체의 이동으로 인해 약 30세만큼 수명이 더 증가해 62.7세의 수명을 누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그래프가 이동하지 않은 채 GDP만 성장했다면 오늘날 인류가 누렸을 수명은 56.7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여전히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프레스턴 커브에 대한 이런 해석은, 주어진 시점에 프레스턴 커브가 보여주고 있는 GDP와 수명 사이의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라는 것을 전제할 때에 가능한 해석이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듯,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다. 또한, 경제 성장의 효과가 반드시 GDP의 증가로 포착될 것인지도 문제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다른 나라의 수명 증가에 기여한다면, 그 기여는 프레스턴 커브의 논리대로라면 ‘외생적’ 요인으로 해석될테니 말이다. 물론, 기대수명을 증가시키는 GDP 바깥의 다른 요인이 있다면, 그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프레스턴이 수명과 국민소득의 관계에 관해 남긴 주요한 발견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어진 한 시점에서는 더 부유한 나라가 더 오래 사는 횡단면적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둘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는 경제 성장이 아닌 외생적 요인이 국가의 평균 기대수명을 증가시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전자의 발견에 초점을 맞춘 연구자들은 경제 성장이 건강의 개선, 수명의 증가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프리쳇(Lant Pritchett)과 서머스(Lawrence Summers)는 1960년부터 1985년에 걸친 데이터셋에서, 도구변수(독립변수와는 직접 상관을 맺는 반면 종속변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관계는 낮아, 독립변수의 외생적인 변화가 종속변수의 변화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는 변수)를 통해 추정한 GDP가 영아사망률(infant mortality) 및 아동사망률(child mortality)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경제 성장의 긍정적 효과를 역설해보였다(Pritchett & Summers, 1996).


 스티븐 핑커 역시, 최근 몇십년 간 저개발국에서도 질병 사망률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의 원인에 대해, 그 까닭을 "부분적으로 경제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부유한 세계일수록 건강한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계몽», p.114). 더 나아가 국민 소득은 "인간의 번영을 나타내는 모든 지표와 관련이 있"다며 "1인당 GDP가 수명, 건강, 영양과 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계몽», pp.156-7). 하지만, 정작 스티븐 핑커가 «지금 다시 계몽»에서 거듭 인용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을 포함한 세 명의 학자들이 2006년에 쓴 영향력 있는 논문 "사망률의 결정 요인(The Determinants of Mortality)"은, 1960년에서 2000년 사이 10년, 20년, 40년 간격의 경제 성장과 기대수명의 변화 사이에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Cutler, Deaton & Lleras-Muney, 2006). 많은 나라들이 경제 성장이 없이도 괄목할만큼 수명이 증가했거나, 혹은 그 반대로 높은 경제 성장을 기록하면서도 수명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중국이다. 인도 경제학자 장 드레즈(Jean Drèze)와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1960년에서 1981년까지 중국의 기대수명은 10년 당 9.8년 수준의 속도로 증가했지만, 개혁개방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었던 1981년에서 91년까지는 1.8년, 1991년에서 99년까지는 0.8년으로 오히려 그 속도가 떨어지게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Drèze & Sen, 2002, chapter4). 1981년, 1991년 시점의 기대수명이 중국과 비슷했던 인도의 케랄라(Kerala) 주와 한국이 같은 기간 이룬 수명 증가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의 데이터를 반영해 그린 아래 그림1의 그래프에서도, 1960-80년 사이 중국의 기대수명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에 비해 1980-90년대에는 증가세가 한풀 죽어, 그 후 20년에 비해서도 기울기가 다소 완만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에 중국과 기대수명이 엇비슷하던 한국의 그래프와 비교해보아도, 기울기가 크게 줄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와 비슷하게, 인도에서도 고속성장을 겪은 1990년대에 오히려 영아사망률의 감소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림1. 중국과 한국의 기대수명 추이


 사실, 프리쳇과 서머스의 연구에서조차도, 경제 성장이 공중의 위생 및 생활수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아 및 아동의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떨어뜨리는 효과는 있었으나, 이것이 기대수명의 뚜렷한 증가로 이어질만큼 그 크기가 크지는 않았다(Pritchett & Summers, 1996). 가장 단순한 모형에서는, 10%만큼의 경제 성장이 수명을 한 달 이상 늘려주는 정도일 뿐이었으며, 도구변수를 사용한 분석에서도 경제 성장과 기대수명 사이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요컨대, 경제 성장이 건강을 어느 정도 개선해줄 거라는 기대는 가능하지만, 수명을 크게 늘려주기에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그 효과가 미미한 수준인 것 같다.


 프리쳇과 서머스와는 반대로 기대수명을 증가시키는 외생적 요인에 주목한 학자들은, 낮은 경제 발전 수준에서도, 높은 수준의 건강을 성취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지적했듯이, 그래프를 이동시키는 '외생적 요인'에 대해서는,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다른 나라들의 기대수명 역시 높여주었을 가능성을 지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 성장을 먼저 이루어 부유해진 국가의 원조가 저개발 국가들의 수명을 늘리는 데에 크게 기여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저개발 국가의 수명은 해당 국가의 경제 성장과는 상관없이 증가하기 때문에, 프레스턴 커브가 위로 이동하는, 외생적 변수에 의한 수명 증가로 해석된다. 즉, 경제성장이 수명의 증가에 미치는 효과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사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에 따르면, 수명 증가에 필요한 의료 기술의 발전이 근대적 경제 성장에 필요했던 만큼의 자본 지출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프레스턴(Preston, 1980)이 이미 지적했듯, 1970년대 저개발 국가가 공여받은 의료 관련 대외원조의 규모는 총 의료보건 관련 지출의 3%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수준이었다(Easterlin, 2004, chapter 6). 오히려, 이스털린에 따르면 프레스턴의 방법론은 경제 성장의 효과를 과대 평가할 수도 있다. 앞서 사이먼 스레터(Simon Szreter)가 지적했듯, 산업혁명기에는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에서는 사망률이 높고,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았던 농촌에서는 사망률 역시 낮았다. 즉, 소득과 수명 사이 함수의 기울기가 마이너스 값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는데, 위생개혁은 급속한 경제 성장이 수명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킴으로써, 이 기울기의 계수를 플러스 값으로 증가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스턴 커브는 그래프가 그려지기 이전에 이미 이뤄졌던 위생개혁으로 인해 나타난 소득 수준과 수명 사이의 양의 상관관계만을 보여줄 뿐이다.


 앵거스 디턴은 소득 역시 장기적으로 이로운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소득보다도 직접적인 결정 요소는 깨끗한 물과 보건 시스템, 위생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라고 지적한다(Deaton, 2004). 산업혁명기 영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었듯, 보건 및 위생 수준이 기대수명의 증가에 결정적이라는 것. 높은 수준의 위생은, 아래 살펴볼 연구들에서 다뤄지는 '교육'과 수명 사이의 관계를 잇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콜드웰(John Caldwell)은 스리랑카, 코스타리카, 인도의 케랄라 주 등 1인당 GDP가 낮은 나라들(혹은 지역)이, 그 소득 수준만으로 예측한 것보다 높은 기대수명을 누리는 까닭 중 하나로 ‘교육’의 역할을 지목했다(Caldwell, 1986). 특히,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기대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사망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영유아기에 아동의 보육을 주로 책임지는 역할을 여성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양육자의 보건 위생 지식이 영유아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쳐 기대수명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 콜드웰은 제 3세계 국가 99개국에서 1982년 1인당 기대수명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던 건 1960년 여성의 초등 취학률(r=.8744; 상관계수 r은 -1<r<1의 범위를 가지고 절댓값이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크다)이었다는 걸 확인한다. 그에 비해 1982년 1인당 GDP는, 1960년 남성 초등 취학률(r=.8409), 1980년 인구당 의사 비율(r=.6733), 1981년 1인당 칼로리(r=.6511)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의 상관관계(r=.3862)가 있을 뿐이었다.


 사실, 국민의 교육 수준이 건강을 개선할 뿐 아니라, 소득 수준과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인적 자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횡단면 자료들이 보여주는 1인당 GDP와 기대수명 사이의 관계는 과대평가되었을 수도 있다. 즉, 교육 수준이 기대수명뿐만 아니라 GDP 역시 높여준다면, 만약 GDP가 수명을 높이는 관계가 실제로는 없거나 약하더라도, GDP와 수명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주어진 한 시점의 변수 간 관계를 보여주는 횡단면 자료의 분석에 비해, 변수의 시계열적 변화를 이용해 보다 인과관계에 가까운 통계적 관계를 분석했을 때에는, 그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의 일관된 결과다. 경제학자 윌리엄 이스털리(William Easterly)의 연구에 의하면, 오로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발생하는 개체  변화량 사이의 관계만을 이용한 통계적 분석의 수행 결과, 1960년부터 1990년까지의 패널 자료에서 1인당 소득과 기대수명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할  없었다(Easterly, 1999). 1870년부터 2000년 사이 장기적인 인구학적 변화의 결정 요인을 긴 시계열의 패널자료를 통해 분석한 경제학자 파브리스 머틴(Fabrice Murtin)의 연구 결과, 해당 기간 선진국 교육년수의 평균적 증가(3년에서 12년)에 해당하는 교육 수준 변화는, 국민소득의 마찬가지 변화($2,000에서 $20,000)에 비해 유아사망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약 3배 정도로 컸다(Murtin, 2013). 1930년에서 2000 사이의 패널 자료를 통해 기대수명에 대해 마찬가지 통계적 분석을  결과, 같은 교육년수의 증가는 수명을 122% 증가시켜주지만, 소득은 27% 증가시켜  이었다. 즉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수준의 경제로 성장함으로써 획득한 수명 증가보다, 선진국 수준의 교육수준을 확보함으로써 이룬 수명 증가가 훨씬 컸던 것. 20세기 수명 증가의 원인이 소득보다는 교육의 확대에 있다는 직접적 증거다.


 보다 최근의 자료를 이용해 통계분석을 수행한 인구통계학자 볼프강 루츠(Wolfgang Lutz)의 연구 결과 역시, GDP와 교육년수를 독립변수로 설정한 회귀분석 결과, 1인당 GDP가 수명 증가로 이어지는 유의한 통계적 관계가 아예 사라졌다고 보고한다(Lutz & Kebede, 2018). 해당 논문의 내용에 따르면, 프레스턴 커브의 x축을 1인당 GDP가 아닌 1인당 교육년수로 바꾸어 그래프를 다시 그렸을 때, 1인당 GDP를 독립변수로 했을 때와는 달리, 그래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동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어, 1970년부터 2015년까지 약 반세기 동안의 국가별 1인당 GDP와 평균 교육년수, 기대수명에 대한 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교육년수와, 국가 및 연도에 따른 고정 효과(fixed effect;조사 단위가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특성)를 모형에 포함한 회귀분석에서는, 평균 교육년수의 1표준편차 만큼의 변화는 수명을 0.395 표준편차 만큼 증가시켰지만, 1인당 GDP는 같은 변화가 0.106 표준편차 만큼의 수명을 증가시켰을 뿐이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기대수명이 아닌 아동사망률을 종속변수로 한 같은 모형에서 역시 마찬가지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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