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파는 즉석요리라도 사가야겠다 생각하고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중3 때 담임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다. 내 결혼 때 임신출산육아 관련 책과 케모마일차와 찻잔을 선물해주셨던 고마운 선생님이셨다. 내가 5년 동안 아이가 없는 것도 소문을 통해 들으셨다고 내 손을 꼭 잡으며진심이 담긴 걱정을 해주셨다. 아는 분이 둘째소식이 없어 몇 년간 고생하다가 남해의 어느 한의원의 약을 먹고 바로 임신을 했다며 그 한의원의 상호를 정확히 일러 주시며 꼭 한번 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아이 낳고 꼭 선생님 뵈러 학교에 방문하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마트를 나왔다.
마트 주차장에서 신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 나간 지 1시간이 지나서야 나의 부재를 알고 전화를 걸어 화해의 제스처를 해온 신랑에게 동선을 말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와 한의원 이야기를 했더니 전화해보고 가보자 했다.
한의원에 예약을 하고 첫 방문 날짜가 2011년 2월 26일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는 동생의 결혼식이었지만 한의원이 우선이었기에 결혼식에도 못 갔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미안했다.) 한의원에서는 진맥도 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몸 전체 체온 체크를 통해 체질개선이 우선이라 하시며 약을 지어주셨다.
솔직히 시험관 시술도 힘들었던 임신이 한약으로 가능할까 싶은 마음이었지만 신랑과 함께 의논해서 지은 우리집 가훈 "진인사대천명"의 뜻처럼 사람이 모든 노력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고자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지어온 약을 먹을 때도 온 진심을 다해 좋은 기운이 나에게 오기만을 바라며 한 모금 한 모금씩 삼켰다.
한약 한재를 먹는 동안은 나의 몸에 좋지 않은 기운을 빼주는 것이니 3월 생리기간을 넘기고, 흔히 말하는 부부 숙제를 한 후 새로운 한약 한재를 먹으면 나의 몸에 좋은 기운을 넣어 주게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 4월에 임신이 될 거라고 확답에 가까운 예언을 하셨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 마음을 다했다.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4월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