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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Dec 19. 2019

의류공유가 나아갈 방향

의류공유

03. 의류공유가 나아갈 방향


프로젝트 앤 이라는 옷 대여 서비스가 있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장하며 대기업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서비스였는데, 개시한 지 2년도 안되어 중단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앤이 실패한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새로운 브랜드 옷을 계속해서 구입해야 해서 운영비 부담은 큰데, 막상 월회비를 내고 이용하는 고객은 적었다는 점이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워낙 저렴한 패스트패션 의류들이 많기 때문에 빌려 입는 것 대신에 저렴한 옷을 사 입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편리할 수도 있었다. 프로젝트 앤의 실패 교훈에서 많은 시사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의류공유가 나아갈 방향을 크게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스타일링 서비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취향이 있다. 그런데 그게 꼭 본인에게 최적의 스타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항상 검은색 옷을 입고 다니지만, 사실은 노란색 옷이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색일 수도 있다. 구매와 다른 의류대여의 장점은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절대로 시도해 보지 않는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대여해 입어 보고 잘 맞으면 구매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개인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는 사람이 해 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여 데이터를 분석해서 AI가 해 줄 수도 있다.


2. 세탁과 배송 일체화


의류공유의 핵심은 사실 세탁이다. 의류공유의 숨어 있는 아킬레스 건인 남이 입었던 옷을 입는다는 찝찝함을 세탁 서비스로 없애고, 더 나아가 내가 입었던 옷들도 바로 반납할 수 있어 세탁 걱정을 덜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빠른 배송 시스템과 연계하면 와이셔츠 정기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의류 구독경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3. 특정한 시기를 위한 의류공유


아동복, 임부복, 파티복, 결혼식 예복 등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의 입을 일이 없는 의류들을 공유함으로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4. SNS를 통한 경험 마케팅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시되는 시대이다.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옷이라도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다. 옷 한 벌 살 돈으로 계절과 장소별로 적합한 수십 벌의 옷을 대여해 입고 사진을 찍는 것을 더 좋아한다. 소유가 좋을 때도 있지만 공유를 하게 되면 다양한 경험과 선택의 자유를 가지게 된다.


5. 나의 옷장 공유를 통한 수익화


개인고객 입장에서 보면 본인들의 옷장에서 자주 안 입는 옷들을 공유하면, 멀쩡한 옷들을 버리지 않고도 비좁은 옷장을 정리할 수 있고, 더불어  의류공유로 인한 수익금도 작게나마 벌 수 있게 된다.

의류공유 서비스를 하려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초기 의류 구입비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다양한 많은 옷들을 계속해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귀차니즘을 뒤로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옷장을 정리하는데, 내 옷장은 한 칸 반이었고 남편 옷장은 세 칸이었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유행하고는 거리가 먼 중년의 아저씨인 남편이 여자인 나보다 왜 두 배의 옷들을 가지고 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편의 옷장에는 청년일 때 구입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입지 않은 옷들도 들어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입게 될 것 같다. 


*  본 글 작성에 필요한 의류공유 사례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와 의류공유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좋은 의견을 준 전남대학교 의류학과 학생인 스페이스코웍의 김준웅 인턴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작성자 : 이계원 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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