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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Dec 19. 2019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많은 이유

공유주방

01.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많은 이유


아이와 얼마 전에 미래직업특강을 들으러 갔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직업들이 사라지고 무슨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인지에 대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 중간중간에 AI, 빅데이터, 로봇, 드론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끝나고 나서 초등학생 아들에게 강연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니?라고 물어보니까, 아이는 딱 두 가지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첫째는 아무리 영양가가 높다 해도 식용 곤충은 안 먹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는 절대로 치킨집은 안 하겠다는 것이었다. 강의 초반에 강사가 우리나라 음식점 중 가장 많은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하면서 치킨집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면서 대기업 나와서도 끝에는 치킨집 창업, 청년 백수로 있다가 치킨집 창업 등 한국 학생들의 진로의 마지막은 치킨집 창업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한 장 보여 주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창업비용 때문이라는 설명을 해 주었다. 치킨집 창업하는 데는 평균 5천만 원 정도 들어 가지만, 일반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는 주방설비나 인테리어 비용이 더 들어가 1~2억 정도의 창업 비용이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때문에 치킨집이 많이 생긴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창업한 음식점들이 몇 년 못 버티고 망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숙박 음식점업의 5년 생존율은 17.7%이다. 열에 여덟은 폐업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대다수의 창업자들은 주방설비 비용이나 인테리어 비용들을 회수하지 못하고 억대의 빚을 지게 되어 쉽게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나주 혁신도시는 새로 생긴 신도시이다. 새로 생긴 도시이다 보니까 모든 것이 넓고 반듯반듯하고 공원이나 빌딩 시설들이 아주 좋다. 그런데 인구수가 적다 보니까 상가들이 대부분 비어 있고, 새로 생긴 카페나 식당들이 1년도 안 되어 문을 닫는 경우들이 많다. 내가 있는 공유오피스 옆의 족발가게도 생긴 지 1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 한동안 “족발에 인생을 걸었습니다”라는 가게 홍보 문구 옆에 임대 현수막만 처량하게 걸려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지나다니면서 보는 내가 다 심란하여 이 가게를 창업했던 사람들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문제가 뭘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살펴보니 주변에 족발가게가 너무 많았다.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소도시에 비슷한 가게가 저렇게 많은데 또 개업한 것을 보니 주변 상권분석도 제대로 못한 것 같고, 음식 맛이나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창업을 했다가 투자비용도 회수를 못하고 임대 현수막만 걸어 놓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회사 취업난으로 인해 음식점 창업을 하게 되고, 장사가 잘 안돼 폐업하고 투자한 돈도 회수 못해 빚더미에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있다. 바로 공유경제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는 공유주방이다.


공유주방은 한 공간을 나눠 여러 개의 주방을 설치한 후 시간당이나 월 이용료를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즉 주방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외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는 월 임대료만 내고 공유주방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처럼 1억 이상의 많은 비용을 들여서 음식점을 개업하는 방식보다 초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고, 실패 시 투자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주로 소규모로 신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해 보거나, 요식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훈련 과정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배달앱의 발달로 식당의 홀이 없어도 공유주방만으로도 새로운 식당의 창업이 쉬워지고 있다.


* 작성자 : 이계원 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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