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암흑의 핵심
작가/역자 : 조셉 콘래드/이상옥 옮김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 책 중에는 읽기 싫은 책이 있다. 책 자체의 내용이나 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나랑 취향이 안 맞아서일 수도 있다. 나는 평균적으로 일 년에 5백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마음 내키면 하루에도 몇 권씩 읽어 나간다. 좋게 말하면 책벌레, 나쁘게 말하면 활자중독 증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읽기가 참 힘들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2주가 넘도록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고, 읽은 내용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암흑의 핵심>이라는 책 내용도 어두워서 기분이 나쁘고 해서, 중간에 그만 읽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읽은 이유는 올해 내 결심 중에 하나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1주일에 한 권씩 1년에 50권 정도를 읽고 독후감을 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1번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계속 세계문학전집을 읽어 나가고 있다. 책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중간에 한두 권씩 빼놓기 시작하면 끝까지 다 읽어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억지로 참고 읽었는데, 결론은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안 읽는 것이 좋다'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간략한 책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를 동경했던 주인공인 말로는 아프리카 콩고지역에 증기선 선장을 자원해 가게 된다. 20세기 초 식민주의 시대의 아프리카 현실은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비참했다. 주인공은 그 지역의 유명한 상아 수집가인 주재원 커츠를 데려오라는 임무를 맡는데, 직접 만나본 커츠는 경악스러운 인물이다. 원래는 우아한 지식인이었던 커츠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착취해 더 많은 상아를 수집하기 위해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하는 악마 같은 존재로 변해 있었다. 아프리카 정글 속에서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선과 악의 경계도 사라지고, 지옥과 같은 곳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죽어가는 커츠 조차도 "무서워라! 무서워라!"라고 절규한다.
커츠가 죽고 그의 유품을 가지고 유럽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커츠의 약혼자를 만나지만, 커츠에 대해 사실 그대로를 말해 주지 못한다.
사람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와 그 시대의 생각을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식민주의 시대나 제국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아도,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거나 큰 역병이 돈다면 우리가 믿었던 인간성의 바닥이 드러나고 어둠의 심연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고난의 와중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으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암흑도 물러나는 시기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선택할 수 있다면 어두운 것보다는 햇살이 잘 비치는 곳에서 밝은 책을 읽고 싶다.
암흑의 핵심으로부터 급하게 흘러내리는 갈색 강물은 우리를 바다 쪽으로 싣고 갔는데 상류로 올라갈 때에 비해 그 속도가 두 배나 빨랐지. 그런데 커츠의 목숨 또한 그의 심장으로부터 냉혹한 세월의 바다 속으로 썰물처럼 재빨리 빠져나가고 있었어.
- 사람은 자신이 사는 시대나 나라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 것인가?
- 결국 인간의 욕심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인가?
- 만약 전쟁이나 역병이 닥친다면 인간성은 얼마나 타락할 수 있을까?
- 굶주린 사자가 영양을 덮치다, 앙리 루소 그림, 1905년
-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안 읽어도 된다.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