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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May 11. 2022

금쪽이의 의미

금쪽이에 대하여

엄마의 브런치 첫 글 '조선왕조 금쪽이 실록'을 읽은 뒤 라이킷을 누르며 둘째가 물었다.

"금쪽이? 그 금쪽이? 조선 시대 왕들이 다 문제아였어요?"

"하하, '금쪽이'는 옛날부터 아주 귀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야."

"정말요? 요새 텔레비전에 나오는 금쪽이들은 장난이 아니던데......"

"그렇지? 하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이기 때문에 박사님 찾아가고, 프로그램 도움받아가며 고쳐주려는 거지."


그러고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속 금쪽이들은 둘째가 아는 금쪽이었을까? 금쪽같은 존재였을까?



출처 : KBS 태종 이방원

12세에 왕세자에 책봉된 양녕대군은 태종 이방원의 적장자로서 촉망받는 금쪽이었다. 하지만 궁궐 담벼락의 개구멍으로 드나들며 잠행을 한다거나, 곽선 (郭璇)의 첩 '어리'와 간통을 저지르는 등 반항하는 금쪽이로 성장하고 만다.


민족의 스승 세종대왕은 어땠을까? 책을 좋아하고,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최고의 인재 금쪽이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과 고기만 좋아해서 몸이 비대해져 버린 편식쟁이 뚱보 금쪽이라는 사실에 언제나 웃게 된다.


불도저 같은 개혁 정치로 환국으로 몰고 갔던 숙종 역시 수업을 빼먹는다거나 제멋대로 행동하여 어머니 명성왕후조차 힘들어했다지? '금쪽같은 내 새끼' 출연은 따놓은 당상에, 오은영 박사님 도움에 눈물 꽤나 흘리시지 않았을까 싶다.


아버지의 과도한 교육열이 부른 '임오화변'의 주인공 사도세자는 어떠한가? 아마도 조선 시대 최고의 금쪽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부모에게도 금쪽같지 않은 자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 역시 무려 세 아들의 엄마이므로...  

학교에서 만나는 수많은 부모님들 역시 상담 때마다 건네시는 공통적 질문이 하나 있기도 하다.


"얘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새 왜 그럴까요?"


글쎄 말입니다. 하하...


어여쁜 아이로 우리에게 왔고, 하물며 천재가 아닐까 하는 온갖 기대를 품게끔 하더니만 이제는 기상천외한 뾰족 뾰족 화살을 마음껏 쏴대고 있으니, 정말로 미칠 노릇이다. 쓰라리고 아프고 답답하여 내다 버리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는 아버님 , 선생님이 대신 좀 혼내달라고 하시는 어머님들을 만나봴 때면 이렇게 말씀을 드리곤 한다.


"어머니, 저는 아들 셋이랍니다."


이내 멋쩍은 'I GO I GO' 소리가 들려온다.

게임 끝. 아들 셋이면 천하무적 목 메달 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조선 시대 왕들 역시 원자가 태어나고, 세자로 책봉하면서 조기교육이며 온갖 것들을 다 해주며 굉장한 기대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리가 주는 위압감, 견제 세력 그리고 왕권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까지 겹쳐 상상할 수 없이 큰 육아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열 패밀리라는 점 말고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만나면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맞아 맞아!' 손뼉 치는 육아 토크가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아버지 말 안 듣고, 동생들 다 패 죽이면서 집안을 일으키려고 그러는 것이라 말하며 못 본 척하라니, 고놈의 자식 제가 가만 놔둘 수가 있냐고요! 그래도 자식인 걸 어쩌겠습니까? 꼴도 보기 싫어서 고향 함흥에 박혀있던 건데 왜 차사들을 보내냐고요! 에효 고얀 놈"


부모 눈앞에서 동생들하고 싸움을 벌이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으니 태조 이성계의 마음이 어지간히도 상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컷


"아유, 딱 안 닮았으면 했던 콤플렉스를 닮아버렸어요. 결국 자기 동생 영창대군을 질식사시키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광해군 그놈을 집중 견제했던 거라고요."


닮지 말았으면 하는 점을 꼭 닮아버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더욱 혹독하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마도 선조 또한 그랬을 것이다.

 


내가 풀어갈 조선왕조 금쪽이의 의미는 아마도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고이고이 키워갈 내 새끼들과의 복닥복닥 시간들이 한 올 한 올 실록과 함께 새겨질 것 같다. 다가오는 여름 엄마들과 나눌 여러 애환까지 오롯이 담길 예정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조선 왕조 금쪽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내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드르르르 드르르르'

막둥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나 학원 안가면 안돼?"


부르르...

또르르...

화르르...


<다음 시간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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