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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May 14. 2022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탈출법

이방원이 이성계와 멀어진 이유

이 글을 준비하면서 남학생들만 보면 자꾸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랑은 잘 지내니?"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럭저럭요."

"말도 안 해요."

"같이 지낼 시간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서로를 판박이처럼 닮은 아버지와 아들들은 왜 서먹서먹해하는 것이며, 아버지들은 점점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은 집도 많다는 것은 안다. 10명에게 질문을 했을 때 2명 꼴로 친구같이 지낸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아예 답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선 시대 1번 금쪽이 '이방원'과 그의 아버지 이성계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을 통해 또다시 회자되고 있는 트렌드 남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서로에게 칼을 내미는 이방원과 이성계 (이미지 출처 : kbs 태종 이방원)


"내가 괴물을 낳았구나! 지금에라도 네 놈을 베어 살생을 못하도록 해야겠다! 내가 낳았으니 내가 거둬가야겠다!"


태종 이방원 17화에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이성계가 아들에게 날린 대사이다. 하지만 이방원 역시 물러서지 않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무슨 짓이든 다 할 겁니다."


갑자기 이 장면에서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건원릉 (출처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중 태종실록)

휘요오오....


억새꽃이 휘날리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부자간의 서먹해진 관계의 노래로 들려오는 느낌이랄까? 왜냐하면 고향인 함흥에 묻어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거역한 불효자 금쪽이 이방원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도성 근처에 능을 만들고, 함흥의 흙과 억새를 가져와 심으며,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래도 자주 찾아뵙고자 하는 효심? 아니면 1대 군주의 묘를 변방에 삼을 수 없다는 왕조의 자존심?


마침 나와 함께 '역사라면 창립 멤버'가 되실 다린쌤께 깨톡 토크 답장이 왔다.


"둘이 애틋했으면... 함흥 아니라  제주도에도 묻어드렸겠죠.. "


여러 이유를 막론하고 둘은 절대로 애틋하지 않았던 것 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분명 과거 이성계에게 아들 이방원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랑거리 1호였다. '대과에 급제한 아들' 이자, 무신이었던 자기에게는 부족했던 문(文)으로 대성할 금쪽같은 내 새끼였으니 예쁘지 아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게 된 것일까?


물론 보통의 부자 관계가 아닌 정치적 관계가 얽히고설켜 이루어진 사람들이라 보통 사람인 우리와는 약간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와 포를 다 떼고 생각해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자꾸만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면서 내 친구 정도전을 보내버린 금쪽이...

내 결정이 곧 법이거늘, 토를 다는 것도 모자라 왕자의 난으로 형제간의 불화를 만들어가는 금쪽이...

그게 다 가족을 위한 일이랍시고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금쪽이...

그리고 점점 나를 닮아가는 금쪽이...


이런 금쪽이 아들을 향해 내린 결정은 결국 파국이 아니었던가! 자신이 세운 조선과 아들향해 이성계가 띄운 마지막 승부수 '조사의의 난'은 돌이킬 수 없는 부자간의 감정의 골을 만들어 버렸다. 결국 아버지의 유언조차 들어주지 않은 매정한 아들의 결정에 대한 이유는 '태조실록'부터 '태종실록'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부자관계에 대한 이유는 양쪽에 다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들도 몰래 운다.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고, 자꾸만 작아지는 아버지를 보며 울고, 아버지를 닮아 감정 표현에 서툰 자신을 답답해하면서도 마음대로 안 되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운다.

 나의 이웃 챨스디킨스 작가님께서 전해주신 말을 덧붙여 본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아들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슈퍼 히어로인데, 나이가 들고 본인은 그 아버지의 젊음을 받으면서 이젠 내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의 자리가 서먹서먹함을 만드는 게 아닐까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서먹서먹해진다. 아버지가 엄격할수록,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대로 져주지 않는 아버지일수록 말이다.


이성계 역시 아들 이방원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줬으면 어땠을까? 아들은 클수록 아버지를 쏙 빼닮는다.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왜냐하면 아들에게 아버지는 삶의 지침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 신영이와 미규가 전해준 부자 관계의 해답을 끝으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아버지를 닮고 싶어요."

"아빠 닮은 사람하고 결혼할래요."


그냥 아이들은 아버지를 좋아하니까 괜스레 힘주지 말고, 그냥 사랑만 해주면 될 것 같다. 이미 아이들에게는 슈퍼 히어로이므로 강하게 보일 걱정일랑은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옆에 있어주면 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억지로 되는 일은 절대로 없으니까.


<조선왕조 금쪽이 실록>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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