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게 죄, 탈조선러 홍길동의 TMI

도망 NO! 나답게 살기

by 광쌤

“그 정도는 다 참고 살아.”

“어딜 가든 다 똑같아.”

“열심히나 해. 언젠가는 알아줄 테니까.”



“응, 아니야.

나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


아버지는 양반.

하지만 나는 첩의 자식.

‘서얼’, 그게 나.

태어날 때부터 ‘안 되는 길’이 정해진 사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사람.

존재 자체가 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세상에 태어나버린…

내 이름은 홍길동이다.


그래도 해봤지.

'사서(四書)' 외우고, 밤새워 글 쓰고, 예법도 완벽하게 익혔다고.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믿었으니까.

근데 현실은, 노력보다 출신이 먼저였어.

“쟨 서얼이잖아.”

그 한마디에 기회는 사라졌고, 바로 나락행.

늘 벽 앞에 서있는 느낌이었어.

그렇게 알게 됐지.

노력으로 안 되는 세상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걸, 나만 몰랐다는 것도.

그래서 난, 선택했어.

도망이 아니라, 탈출이었고 포기가 아니라, 선언이었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자리에 평생 붙들려 있는 게 더 큰 죄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그냥 사라진 게 아니야.

백성을 위해 싸웠고, 탐관오리를 벌했고, 세상의 틀을 거슬러갔지.

그러다보니 의적이라 불렸고, 때로는 역적의 낙인이 찍혔지만 내 방식대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어.

그래서, 끝까지 해본 거야.

물론 마지막까지 세상도, 법도 끝내는 속임수뿐이었어.



그들이 내게 내민 마지막 제안 들어볼래?

도파민 제대로 솟을 지도 몰라.


“병조판서 자리를 줄 테니 궁궐로 인사하러 오라.”

심지어 왕이 내 제안을 들어준다는 거야.

알고 있었어. 문 뒤엔 도끼 든 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그래도 갔지.

내 마지막 말을 남기기 위해서 말이야.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조선을 떠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그날, 나는 문턱까지 걸어간 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솟아올랐어. 그토록 날 얽매던 조선을 떠나, 내가 처음으로 나를 구한 날이었어.

때로는 떠나는 것도 용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익숙한 곳을 등지고, 불확실한 미래로 나아가는 선택이야말로 박수받아 마땅해.

그동안의 시간들이 아깝고 허무하다고?

아니야.

그 시간들은 앞으로의 여정에서 단단한 돛이 되어줄 거야. 불안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파도일 뿐이야.

그 파도는, 어쩌면 너만의 율도국에 이르게 할지도 몰라.


「광‘s 슬기로운 톡」


지금, 일터를 박차고 나오거나

국경을 넘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동안 애썼던 당신의 마음을 이제는 당신이 제일 먼저 알아줘야 한다고.

그리고 혹시라도 당신의 선택을 쉽게 재단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면...

홍길동이 되어 외쳐보자!


“응, 아니야.

난 여기서도, 거기서도 나답게 살아.”



3화에서 계속. 과몰입 주의.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조선에도 MZ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