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많하않, 정조의 다크 갓생 일기

: 완벽한 하루 뒤에 남은 건 공허뿐

by 광쌤

요즘 ‘갓생’이 유행이라지?

(*갓생: 모범적이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사는 인생을 뜻하는 말.)

미라클 모닝 인증,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해시태그, 공부 스터디 출석샷… 기록을 쌓아 자기 성장을 증명하고, SNS ‘좋아요’로 뿌듯함을 느낀다며? 나도 이해해. 나 역시 조선 시대의 ‘갓생러’였으니까.


나, 조선 제22대 국왕 정조.

한밤중이 되기 전에는 잠자리에 든 적이 없었고, 날이 밝기도 전에 옷을 챙겨 입고 하루를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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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루틴을 공개하지.

(다른 왕들이 다 하던 문안 인사, 상소문 읽기 같은 건 생략하자.)


미라클 모닝: 새벽 4시 기상 → 독서

1일 1 필사: 하루 한 줄 이상

오운완 인증: 활쏘기(50발 중 49발 명중, 1발은 센스)

기록 챌린지: 『일성록』 – 일정, 감정, 정책까지 나답게 정리


하지만 기록은 단순한 취미만은 아니었어. 매일 나를 돌아보며 쌓은 기록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가 됐지.


규장각을 세운 건, 나 혼자만 똑똑해서는 나라가 안 굴러가니까.

젊은 서얼 학자들을 모아 초계문신제를 운영하고, 법전 『대전통편』을 완성했지.

신해통공? 조선판 ‘시장 개혁’이었어.

장용영? 왕실 직속 보디가드 팀이지.

수원화성 건설? 후손들을 위한 인프라였고.

이 모든 빛나는 업적들은 조선을 위한 동시에, 나를 버티게 하는 방패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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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살았냐고?


아버지 사도세자께서 뒤주에서 생을 마감하신 임오년 이후, 나는 내 감정을 쉽게 꺼낼 수 없었어. 말은 칼이 되고, 표정은 역사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선택한 생존 방식이 “할많하않.”, 말 대신 기록으로 나를 붙잡는 거였지. 내 나름의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라고나 할까?


하지만 너희도 알잖아.

스스로를 지키려고 만든 루틴이, 오히려 나를 옭아매는 틀이 될 때가 있다는 걸 말이야. 아무리 채워도, 속이 헛헛한 그 기분. ‘좋아요’가 백 개라도 마음은 텅 빈 그런 기분...


자꾸만 SNS 속 ‘이상적인 갓생’ 이미지와 비교하며 자책하고, 타인의 ‘열심히’를 내 기준으로 착각하고, 계획이 어그러지면 무너지기도 하잖아. 계획과 성취로는 채울 수 없는 허기가 있었던 것 같아. 완벽해 보이는 내 기록 속에, 정작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은 없었던 거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갓생의 목표와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마.

빈칸 있는 계획표도 괜찮아.

그 여백이 숨통이고, 다음을 준비하는 힘이 돼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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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내 기록 속 한 문장으로 마무리하지.

“予日省錄以自警省”

매일 나를 경계하고, 나를 돌아보되,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돌아봐야 한다는 것 명심하자.



[광’s 슬기로운 톡]

정조에게 갓생은 조선을 지키는 무기였지만, MZ세대에게 갓생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도구였으면 합니다.

‘갓’보다 중요한 건 ‘굿’.

남이 보기 좋은 완벽함보다, 내 안에 남는 하루가 더 가치 있는 법이니까요.




6화에서 계속 – 엄마 되고 나는 OFF, 신사임당의 육아 밸런스

#과몰입주의. #숨참고육아다이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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