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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린에게 16화

공허함에 의연해지는 법

by 곽기린

시끌벅적한 하루가 끝나고 하루의 끝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공허함입니다.


직장에 있는 낮 동안에 참 많은 관계들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상사, 팀원, 여러 클라이언트 등 내 삶 속 여러 곳곳에 너무 많은 대화가지를 치다 보니 가끔은 일에 정신 팔리다 보면 내가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가끔씩은 까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수하게 쌓인 대화창의 알림음도 잠시,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다들 무슨 일이라도 났나 알림창은 고요해집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고요함 알림창 속에서 스멀스멀 제 불안감, 그리고 공허함은 커져만 갑니다.

분명 열심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야근도 많이 했죠. 그러나 퇴근을 하고 하루를 돌아보고 일주일을 돌아보고 한 달을 돌아보면 전 항상 제자리에 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이곳에서 적응을 하면 무엇인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거울 속 나 자신은 여전히 그대로이며, 마음속 공허함은 오히려 커져가고만 있습니다.


이렇게 낮의 과도함은 항상
밤의 공허함으로 바뀌어 매번 찾아옵니다.


낮동안의 과도한 시끄러움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밤의 고요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문제일까요?


그래도 최선을 다한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기가 두려워 애꿎은 대화창만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게 내 고요함을 달래기 위해 늦은 밤을 달랠 수 있는 취미에 집중하기도 또 관계에 집착하기도 했습니다.


언제쯤이면 밤의 고요함에 커져가는 공허함에 의연해질 수 있을까?


채우면 채울수록 밑 빠진 독에 물 받기인 상황에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면서도 그 행동을 포기하지 못하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독을 뒤로 돌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감추는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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