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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린 Oct 09. 2023

지독한 나르시시스트

나에게 가치를 더해준 한 사람




어려서부터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지독한 나르시시스트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

나쁘게 말하면 엄격한 잣대로 자신을 괴롭히는 마조히스트.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토록 내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댔던 이유, 쉬고 있는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자기혐오를 아끼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한다.


그 당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사회에서 책정한 최저보다 아래에 대우를 받고 있으니 그 무력감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나의 가치는 어디에서 올까?


자존감도 자존심도 바닥이었던 내가 줄곳 생각했던 질문, 이 질문은 철학적으로도 꽤나 심오한 질문이다.


보통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대에서 자라는 이들은 남과의 비교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학급에서 공부 성적은 그 아이의 가치를 줄 세우는 자연스러운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회에 살아왔고 사회에 나온 뒤 그 기준은 당연스럽게 내가 한 달을 일해서 받는 내 월급이 그 가치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사회가 인정하는 최저보다 낮은 가치였던 것이다.


지독한 나르시시스트에게 이 냉혹한 현실은 공포로 다가왔다. 또다시 누군가 내 가치를 최저로 책정하면 어떡하지? 이래서 첫 회사를 제대로 못 들어가면 인생이 망하는 거구나, 내 조급한 선택이 나를 이 구렁텅이로 내몰았구나, 복잡한 심경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내 결단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어디에 들어가도 최하일 거니까, 아니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을 거니까...




또다시 내 칠흙같은 깊은 내면 속에서 열정의 불씨를 꺼트릴만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김없이 그 사람이 나타나 흔들리는 내 불꽃에 불씨를 더해준다.


'너 어디에 가서도 잘할 거야' '내가 장담해'


그동안 수없는 비교로 깎아 내려졌던 내 가치가 그 사람의 말 한마디로 올라간다. 단순히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멋있다고 그리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이 해주는 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 덕분이었을까? 몰려오는 공포감을 뒤로하고 나는 나를 최저의 가치를 생각하는 그 회사로부터 나오게 되었다. 물론 우여곡절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어오는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고 나는 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는 다시금 생각했다. 내 가치는 어디에서 올까?





긴 러닝타임 때문에 드라마를 싫어하는 내가 다 챙겨보고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다. 그건 바로 이태원클라쓰,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내 인생 이제 시작이니까.


강력한 신념을 가진 주인공 '박새로이'는 남의 도움 없이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정했다. 누구와의 비교도 없이 말이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이 정도의 신념을 가진 사람을 만나긴 어려울 것이다. 만약 있다고 해도 항상 현실의 높은 벽은 그를 시험할 것이다. 흔들릴 수도 있다. 이 길이 맞는지. 그러나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는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에 의해 비로소 내 본연의 가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의 바람이 불어와서 쉽게 꺾이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단단한 돌덩이라고




뜨겁게 지져봐라
나는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

거세게 때려 봐라
나는 단단한 돌덩이

깊은 어둠에 가둬봐라
나는 홀로 빛나는 돌덩이

부서지고 재가 되고 썩어 버리는 섭리마저 거부하리
살아남는 나

나는 다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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