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회사 나름...
사람마다 급을 나누듯 회사에도 급이 있다. 사람들도 급을 올리고 싶어 하듯 회사 역시 마찬가지로 급을 올리고 싶어 한다. 이 이해관계가 맞으면 시너지가 생기겠지만 실상은 그러기 어렵다.
20대에 대부분을 스타트업, 그것도 회사의 시작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내가 어렸던 만큼 회사도 어렸다고 생각한다. 성장하고 싶은 욕심은 만땅이었으나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몰라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혹자는 말한다. 인터넷에 강의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아무리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걸 궁금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면 인터넷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또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론 상으로 배우는 목적 없는 배움은 실전에 들어갔을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 방문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하고자 할 때 자신의 홈페이지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그만한 트래픽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상황과 더불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줄 아는 고급인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사회 초년생이 스타트업에서 성장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스타트업은 그런 존재다. 구성원 모두 다 의지와 열정을 불태운다고 해도 열정에 방향을 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에 대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그다음 액션에 대한 방향을 찾기도 전에 하나 둘 지쳐버리고 만다. 보상이 없는 열정은 결국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기롭게 스타트업에 들어가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났음에도 그 열정이 쉽사리 꺼져버린 이유다.
처음에는 모두 열심히 한다면 성과가 나겠지, 성장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제대로 된 목표가 없다면 주어진 일을 그냥 쳐내기만 하는 그저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회사의 성장도 정체되고 나 자신을 위한 기술력을 갖추기 못하니 내가 쏟았던 시간이 의미가 없어졌다.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그래도 성장을 하고 있겠지' '남들보다 열심히 하고 있겠지'했던 내 안일한 생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작은 주변 친구들이었다.
대학도 졸업하기 전 일을 시작한 난 그래도 내 주위 사람들보단 빠르게 일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취업이 힘들었던 그때 시기상 150만 원을 받더라도 백수보단 낫다는 주변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취업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친구들과 만날 때면 난 그나마 위안을 얻고는 했다. 다른 것보다 지금 그래도 뭐라도 하는 게 나중에 경력이라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하나 둘 취업에 성공하는 친구들, 그리고 달라지지 않는 내 상황은 내게 커다란 불안감이 되었다.
'그래도 성장은 했겠지?'라는 생각을 했으나 1년 전과 돌아봤을 때 난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이력이라고 한다면 그나마 여러 가지 일을 잡다하게 해 봤다는 경험? 경험은 많았으나 아쉬운 게 있다면 그 경험 속에서 목표가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게 된 결과 나는 누구보다 취업을 빨리했음에도 누구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회사에 마지막이 보이는 시점, 그러나 내 발목을 붙잡는 부분이 있다면 또다시 나를 평가받는 자리인 취업 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회사에서 일 년간 있었음에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무력한 감정이 공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난 여기서 밖에 받아주지 않을 텐데 다른 곳에서 날 받아주는 곳이 있을까?'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선택을 주저하고 있을 때 내 손목을 강하게 이끈 사람은 또다시 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