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디 Dec 14. 2020

1. 산사태 난 곳을 찾아가라고?

101일간의 좌충우돌 인도, 네팔 배낭여행기

인도 입국 일주일 전, 문제가 생겼다.


나는 본격적으로 인도 여행을 하기 앞서 현지인과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인도에서 열리는 워크캠프를 신청했다. 인도에 도착하면 워크캠프가 열리는 장소까지 혼자서 찾아가야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그곳은 관광지가 아닐뿐더러 웬만한 여행 가이드북에도 잘 소개되어 있지 않은 인도의 작은 마을이었다.


집 근처 구립도서관엘 갔다. 다섯 개의 가이드북 가운데 유일하게 한 개의 가이드북에서만 그 마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가는 길을 알아보는데,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인도 북부서 버스 2대 산사태에 매몰…48명 사망”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일그러진 버스 사진이 덤으로 나를 반겼다. 워크캠프가 열리는 마을을 가기 위해서 분명 그 버스를 꼭 타야 했다. 나는 패닉에 빠졌다. 그전부터 워크캠프의 행사 진행이 못 미더웠던 것이 떠올랐다. 공항에서 집합해서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가이드북에 잘 나오지도 않는 곳을 혼자 찾아가라는 것도 내키지 않는데 애써 알아본 루트에서마저 그곳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니!



인도 북부서 버스 2대 산사태에 매몰…48명 사망 (kbs.co.kr)


내가 출국하려는 당시 인도 북부는 몬순 기간이라 연이어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뜸하지 않게 산사태가 일어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실제로 인도 입국 후 주한 대사관에서 문자가 왔다. 요즘 몬순 기간으로 히마찰프라데시 주에서 산사태가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교민 및 여행자들은 그 지역의 방문을 삼가 달라는 내용의 공지였다. 그곳은 워크캠프가 열리는 주였고….


사실 1년 6개월 전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에이 괜찮겠지. 나는 안전할 거야’하고 떠났을 거다. 하지만 태국에서 한번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붙어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사고는 불시에 어느 누구든 당할 수 있는 것이며, 예방할 수 있다면 예방해야 하고, 무리가 가는 행동이라면 삼가야 한다. 우선 나는 워크캠프 측에 연락해 우선 이 상황을 알고 있는지 묻고, 알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건지 묻기로 했다.

  

워크캠프 측은 그 사실을 몰랐고 대처랄 것은 딱히 없다. 어쩌면 주최 측의 예상 가능한 답지처럼 자신들의 입장을 전했다. ‘워크캠프는 창설 이래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캠프 취소는 없을 것이고, 그로 인해 참가비를 환불해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담당자는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여태껏 환불에는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나는 산사태가 천재지변이 아니면 어떤 것이 천재지변인지 물었다. 아니면 그 버스를 타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루트를 알려달라고도 말했다. 그들은 회의를 거친 뒤 내게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어 번 반복하니 인도 입국 일자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회의 끝에 내게 전액 환불을 해주기로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


환불을 받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시작부터 착잡한 기분은 감출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난 여행에서 얻은 교훈을 무시한 채 여행을 감행할 수도 없었다. 그동안 워크캠프를 알아보고 신청하고 사전 미팅에 참석하는 등 들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고 허무하기도 했지만 새롭게 시작해보는 수밖에.


워크캠프에 참여 예정이었던 여행의 초반 열흘, 갑자기 생긴 공백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여행 출발 전에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만날 사람도 많으니 일단 입국하고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4년 전, 태국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