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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디 Dec 14. 2020

3. 인도인을 조심하라! 악명의 빠하르간지

101일 간의 좌충우돌 인도 네팔 여행기

공항철도를 타고 나와 빠하르간지(이하 줄여서 빠간)는 걸어서 10분~15분이면 되는 거리였지만 그 사이는 인도인들의 극심한 사기로 유명한 구간이다.


대표적인 사기 수법으로 ‘빠간으로 가는 길이 폭동이 일어나서 그리로 갈 수 없어! 나를 따라와!’ 하고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릭샤를 태워 빙빙 돌아 다른 데를 데려가는 등, 바가지 요금을 엄청 씌운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수법은 가이드북 1번 유의 사항으로 잘 나와 있기 때문에 나는 한국에서부터 콧방귀를 뀌며 절대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정신없이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과 (여기는 아시아인데!) 생각보다 검은 얼굴색에 놀라 긴장이 바짝 들었다. 앞뒤 합쳐서 20킬로그램에 가까운 배낭은 그 탓에 무거운 줄도 몰랐다. 거리에는 폭동 때문에 불에 탔는지 창문이 없고 그을린 창틀만 남아있는 앙상한 버스를 목격했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폭동 사건으로 인해 버스가 이 모양 이 꼴이 됐구나. 그럼 이 근처에서 폭동 사건이 일어났다는 건데 큰일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빨리 몸을 피해야했다.’


그때 한 릭샤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디로 가니? 빠하르간지? 거기로 가는 길이 무슬림들이 폭동이 일으켜서 갈 수 없어.”


나는 갑자기 혼란이 왔다. 이 릭샤꾼이 말하는 폭동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어제 주한대사관에서 온 문자의 그 폭동이 정말 일어난 걸까? 이내 다른 릭샤꾼도 합세해 거들었다.


모여든 릭샤꾼들이 하나 같이 거기 안 된다며, 릭샤를 타야한다고 주장했다. 다 같이 몰려와 너무도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안 된다고 하니, 진짜 상황이 안 좋은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제 주한대사관 공지의 그 폭동은 무슬림 세력이 아니라 사이비 힌두교 지도자라고 인터넷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제서야 릭샤꾼들이 무슬림을 거론하면서 치는 전형적인 사기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단체로 나를 몰아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다 알거 안다는 엄한 표정으로 릭샤꾼을 물리치고 뉴델리 기차역이 어디냐고 물었다. 분명 내가 본 블로그에서 일단 공항철도에서 나와 무조건 맞은편에 있는 뉴델리 기차역으로 가세요! 그 뉴델리 기차역 육교만 건너면 바로 빠하르간지에요! 라고 했다.


나를 끈질기게 붙잡는 릭샤꾼들을 어렵사리 물리치고, 앞뒤로 두 배낭을 낑낑 짊어지며 뉴델리 기차역에 도착했다. 어느새 내 머리와 등줄기로는 땀 한바가지가 흐르고 있었다. 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인도인들은 기나긴 행렬에 줄지어 서 있었다. 나도 그 뒤에 서 역 플랫폼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군인으로 보이는 이가 나를 막아섰다.


“기차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어.”


릭샤꾼들을 겨우 물리치고 기차역에 왔는데 이게 무슨 개똥같은 소리지? 분명 블로그에도 가이드북 어디에도 기차역 육교를 지날 때 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이것은 2차 사기인가. 아니 근데 군인인지 경찰복을 입고 있는데? 저 사람들도 거짓말을 하나? 일단 저 사람들도 전부 믿으면 안 된다는 글을 어디서 보긴 했다.


내가‘기차를 타려는 것이 아니라 빠하르간지를 가려고 한다’ 라고 이야기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을 같았다. 그가 입장하려는 나를 제지했다. 망연자실했다. 등과 허리, 이마에는 인도의 더위와 긴장으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 이 길이 아닌가? 내가 잘못 알고 온 걸까? 릭샤를 타는 게 맞았던 걸까?’


내가 알아왔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기차역에 있는 육교를 통과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저 많은 인도인 중에 아무도 표를 검사 받는 이들은 없었다. 군인인지 경찰마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내게 사기를 치거나 설령 규정이 그렇다 해도 왠지 내게만 더 까다롭게 구는 것 같았다.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무거운 짐에 어깨는 너무 아프고, 비 오듯 줄줄 흐르는 땀이 눈에는 자꾸 들어가고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큰 눈으로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릭샤꾼들이 득실득실한 곳으로 돌아갈 힘은 더더욱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 나는 너무 억울한 나머지 군인 아저씨에게 대들고 말았다.


“그럼 나보고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에요. 전 단지 육교만 건너서 빠하르 간지에 가는 거라고요!”


나도 모르게 눈물방울이 맺혔다. 군인 아저씨는 외국인 여행자가 딱했는지 한심했는지 어쨌는지 모를 표정으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아니 이럴 거면. 진작… ’


열이 받은 것도 잠시, 군인 아저씨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인도인 틈 사이로 얼른 줄을 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기차역 육교로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 그 군인 아저씨를 보니 왠지 나를 올려 보내고 웃고 있는 것도 같았다 (과대망상인가?)



육교 위에는‘빠하르간지’라고 쓰여 있는 사진으로만 봤던 표지판이 있었고 그 표지판을 따라 다리를 통과해 육료를 빠져 나왔다.


이렇게 바로 코앞인 곳에 릭샤를 태우려고 했다니!


인도 여행자들의 로망, 빠하르간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의 많은 버스가 창문이 없다. 그을려 보이는 건 너무 낡아서 때가 꼈기 때문. 그건 그냥 일반 버스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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