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 - Holy Diver (1983)
철원에서 강릉까지의 거리는 꽤나 멀었다. 같은 강원도에 속해 있다고 한들... 서쪽과 동쪽은 3시간 30분이라는 극악무도한 시간을 자랑했다. 대회 D-2, 나와 아내는 즐거운 마음으로 강릉에 왔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맡겨놓은 메달을 찾으러 떠나는 전사의 입장도 아니었고 '3대 500kg'를 넘기겠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뭐가 그리 긴장을 금요일부터 했는지... 아마도 나의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었던 나의 작은 욕심이 아니었을까? 심지어! 대학원 교수님께 "대회로 인해서 이번 주는 못 가게 되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팀 가야의 멤버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나의 편이 있다는 것이 정말 든든하다는 것을 대회 때 정말 제대로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D-1
세인트 존스 호텔 앞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상쾌하게 만드는 파도 앞에서 펼쳐지는 파워리프팅 대회! 낭만적인 대회가 토요일, 대회 1일 차부터 느껴야 할 나의 낭만이 '개박살'이 났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추적추적...
'이야... 이게 경기가 되려나?'
계체를 끝난 선수들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원래 하려고 했던 경기장에서도 비를 피할 수 있게 천막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오래 있을 이유가 없어서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경기시작을 알리면 그때 가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이런 악천후에 '실내로 자리를 옮기진 않을까?' 하는 생각은 와장창 깨지고 비가 오는 가운데 첫 대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상황을 보고 있다가 현장에 참여하기로 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는 와중에 비가 그치길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자연이 인간 따위의 말을 듣겠는가? 제갈량처럼 빌고 빌고 또 빌어야 날씨가 변할 법하겠지... 궂은 날씨는 계속되었지만 현장에서의 열기는 상당했다. 71세의 나이로 출전한 여성 파워리프터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하였고 팀 가야 소속의 김예브게니아 선수는 해당 체급에서 2위를 하였다.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을 뿐 적어도 그곳에 있던 내가 바라본 현장은 뜨거운 축제였다. 현장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야 다음날의 나의 경기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일 차의 모든 경기가 종료되었을 때 경기가 끝난 선수들이 가장 부러웠다.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고....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긴장돼?"라고 했지만 애써 부정하진 않았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물회를 먹기로 했으니 맛있게 먹고 내일을 맞이하기로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물회... 더 많이 먹을걸.....
163cm의 작은 키를 가졌으나 풍부하고 육중한 성량으로 인하여 전혀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전설의 록커 로니 제임스 디오(1942~2010)는 엘프, 레인보우, 블랙 사바스를 거치고 1983년 자신의 이름을 딴 DIO를 결성한다. 그리고 세상에 내놓은 음악이 바로 <Holy Diver>되시겠다.
하지만 로니 제임스 디오가 거쳐온 커리어나 명성에 비하면 큰 히트를 치진 못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로니가 직접 연출을 강행한 탓에 'Mtv가 선정한 가장 최악의 뮤직비디오 1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사실 뮤직비디오에서 중세시대의 복장을 하고 칼을 들고 이리저리 휘적거리는 모습은 그나마 음악이 강하고 멋지게 나오니 망정이지 소리를 끄고 보면 그저 웃기게 보일 수 있다.
로니 제임스 디오는 판타지 적인 요소를 굉장히 사랑했던 것은 분명하다. 앨범의 표지도 그렇고 밴드 디오의 음반의 콘셉트도 그렇고 디오의 뮤직비디오의 모습도 그렇고 생전 무대에서의 모습도 뭔가 중세시대의 기사를 연상시키게 한다.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것은 매우 아쉬울 뿐이지만 그가 생전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영화 <터네이셔스 D의 운명의 피크>에서의 멋진 모습이 가끔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