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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어느 곳에서 존재한다.

RATM - Sleep Now In The Fire (1999)

by 좋은음악수집가

변수 (變數)의 사전적 뜻은 이렇다.
1.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
2. 어떤 관계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값으로 변할 수 있는 수.


삶에서의 변수는 무궁무진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급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하고 기다리기만 하다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더라. 거의 매일을 운동으로 시작하지만 갑작스레 당직근무를 바꿔달라고 요청이 온다면 그 자체로도 변수가 될 수 있고 그저 내가 당직근무를 해야 하는 날이 오늘이더라도 그 자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변수가 잦은 요즘이다. 보직이 바뀌어서 그런가? 그런 건 아니다. 이전에 맡았던 보직을 찬찬히 돌이켜 보더라도 거의 매일이 변수에 치이는 삶이었다. 의욕이 지금보다 배로 넘쳤던 코로나 이전의 군생활은 변수가 없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그날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 의욕적으로 뭔가 하루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출근했는데 누군가의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졌으니 그것 또한 변수였고 그 이후부터는 내 의욕을 더 끌어올리지 않기로 마음먹게 했을 정도였으니까.




일상에서의 변수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리스크(risk)'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장병들은 일상에서의 변수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거나 강도가 낮아서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변수는 간혹 계급보다는 짬(년차)에 비례하기 때문에 일부러(또는 예기치 않게) 사고를 내지 않는 이상 견딜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장병들은 군인의 신분을 가지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중 한 가지라도 하게 된다면 뒷감당은 사실 상상하기도 싫다. 개인의 잘못으로 끝나면 모르겠지만 부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부정적인 변수를 넘어 진정한 리스크라 할 수 있겠다.


휴가를 떠나는 장병에게 사고 예방교육을 하고 휴가를 떠나게 하는데 교육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변수가 된다. 글을 쓰고도 과거의 몇몇 내가 겪은 사례들 덕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느낌은 정말 지울 수 없었다.




결국 변수는 어느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변수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에서 뿐이 아닌 사회에서도 말이다.


그리고 변수에 대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열어 놓으니 삶의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집단에게 도움이 못되더라도 피해는 주지말자.'라는 생각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집단에게 '변수가 되지 않는 것'을 계속 밀고 가는 것이야 말로 내가 오래갈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


변수는 정말 어느 곳이든 존재한다. 그렇기에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그러면 안 되는데..! 어제보다 조금 더 재미나기를 바라면서. 대신, 변수는 덜 발생하기를 바라본다.




사실 뮤직비디오엔 '그 부분'이 들리지 않는다.

Rage Against the Machine. 줄여서 이들을 RATM으로 부르기도 한다. 1992년에 데뷔한 4인조로 구성된 이들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가사와 노래로 던지는 메시지를 노래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어쩌면 꽤나 위험한 밴드였을지도 모른다.


강력한 사운드에 걸맞은 강력한 가사 속에 무슨 변수가 있겠냐마는 이 곡의 변수는 사실 곡의 후반부에 아주 짤막하게 나온다. 그것도 무려 한국노래가!


이들이 이 곡을 녹음할 당시, 녹음하는 기타와 주파수에 혼선이 있어서 한인타운의 라디오가 아주 약간 녹음되었는데 당시 녹음할 때 나온 노래는 엄정화의 <Poison>이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녹음하려고 해도 잡음이 섞인 버전보다 나은 녹음이 되질 않아서 그대로 음원으로 나오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것으로 인하여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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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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