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는 지금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여 공연도 해보고 유대감도 형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밴드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지 어쩌면 꼭 필요한 교육이 될 거야."
정말 희한하게도 '밴드=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일부 기성세대에게 박혀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한때 개신교에 귀의를 하였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록 뮤직을 두고 '사탄의 음악'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 귀를 씻어버리고 싶었고 가스펠 메탈을 기반으로 하는 메탈 밴드 Stryper를 들을 때마다 '이것이 진정 사탄의 음악인가?'라는 의문점을 품기도 했다.
옆 나라 일본의 예를 들어볼까? 2020년 11월에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일본인으로 구성된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 사토 유키에 형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거의 하루 종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었는데 그 형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 ; 1978년에 데뷔한 신스팝, 테크노, 일렉트로니카 그룹 / 일본의 전설적인 아티스트 3명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키히로, 사카모토 류이치로 구성되어있다.)가 데뷔하기 전에는 일렉트릭 기타와 그룹사운드(밴드 혹은 밴드 음악)를 한다고 하면 '불량학생'으로 오해를 하곤 했어요. 하지만 Y.M.O가 데뷔하면서 그룹사운드에 대한 인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대학생 때나 직장인이 되고 난 후에 밴드를 사부작사부작 할 때도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거칠 수 있는 '밴드'. 하지만 그것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유혹을 알려주고 싶었다.
"학교에 밴드를 할 만한 장비는 충분하지?"
"그럼요! 기타는 두대 정도 있구 베이스 기타 한대랑 드럼 한대... 마이크도 여러 개 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록 밴드를 하기엔 무리가 없겠다. 아직 결성조차 안된 팀이지만 밴드를 만들겠다는 전화기 너머의 선생의 의지는 매우 높았으니 합격!
'밴드.. 그룹사운드... 그래 좋지!'
"나중에 형님께 많은 조언을 구할게요!"
"그래 날이 좋아지면 재능기부하러 갈게!"
밴드는 혼자서 하긴 힘들다. 물론 혼자서 하는 1인 밴드도 분명 존재 하지만 실제 라이브를 할 때는 연주자들이 동행하기 마련이다. 역시나 여럿이 모여 마음을 모아 풍성한 음악을 연주하려면 고민할 것 없이 '밴드'다.
찌릿찌릿! 결국 밴드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람의 전기적 신호로 시작된다.
<태초에 만남이 있었다.>
모든 밴드의 시작점에는 '만남'이 있었다. 기타를 벤조 코드로 연주하던 존 레넌을 바라보고 밴드에 합류하기 위해 찾아간 폴 매카트니, 아랫집에 사는 사는 사람이 베이스 기타를 엄청 시끄럽게 연주하여 항의하러 갔다가 데모 연주 녹음을 듣고 메가데스를 결성했다는 스토리, 본인의 3집은 밴드 형식으로 만들어서 해보고 싶다고 멤버들을 소집하여 명반을 만들어 낸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까지! 모든 밴드의 시작에는 만남, 만남이 있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인데 굳이 헤어짐을 따로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밴드가 결성하게 되는 배경과 만남은 저마다 다양한 형태를 띠는데 친구끼리의 결성도 있을 것이고 Mule(우리나라의 음악 커뮤니티 사이트이자 한국에서 가장 큰 악기 중고거래 사이트. 구인구직도 이루어진다.)에서 비슷한 음악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밴드가 결성되기도 하고, 지인들의 소개 혹은 정말 우연한 만남으로 결성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한때 교회를 다닐 때는
"A가 베이스 기타를 잘 친대"
"B가 드럼을 좀 칠걸?"
이 정도의 정보력 만으로도 상당히 귀했다.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녀석 앞에 서서 자신감을 가지고..
"(너의 동의는 사양하고) 밴드 하자! 밴드 한번 하자!"
그래. 인생에 있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물론 밴드를 결성하기 전에도!
그래..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
<만나면 좋은 친구? 좋은 파트너? 음악적 동지? 글쎄...?>
혹시 첫 합주를 하는가? 혹시 밴드가 처음인가? (만약 처음이어도 처음이 아니어도) 그래도 괜찮다! 어려워하지 말자. 합주하는 당일에 모이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다. 약속시간을 밥먹듯이 어기는 녀석과 당일에 펑크를 내는 녀석이 생긴다면 '이 사람과 밴드를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회의감까지 들 것이다.
(약속한 당일에 펑크를 내는 녀석에게 미련을 갖지 말고 그냥 쳐내야 정신건강과 밴드의 미래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다.)
어영부영 일지라도 다 모였다고 가정하자. 기타리스트도 있고 베이시스트도 있고 드러머도 있고 보컬리스트도 있다! 처음엔 맞지 않는 게 당연하고 혹여나 초보자들이 모였다면 합주 자체가 안 맞아서 우왕좌왕할 것이다. 그래도 여영부 영하는 법은 없다고 본다. 합주는 말로 하는 것보다 음악으로 하는 소통의 과정. 맞지 않는 것을 맞춰 나가는 것이며 기름칠이 덜된 부품에 기름칠하여 원활히 굴러가게 하듯 합주는 그런 과정인 것이다.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우웅~'하게 크게 울려 스네어 드럼의 와이어가 흔들릴 테고 갈피를 못 잡는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가 날카로울 것이고 마이크와 스피커의 거리두기가 적절하지 않아서 하울링이 발생한다 한들 걱정하지 말자. 스쿨밴드를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적절히 조정을 해주실 테고 밴드의 모습을 봐주는 이 없는 초보 밴드 일지라도 원인을 금방 찾을 수 있을 테니 그것 또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조절하면 된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두둥 탁! 쾅~~~~~!!!'
첫 연습(혹은 여러 번의 합주를 거친 후)이 끝이 났다. 서로가 어떤가? 어쩌면 사랑스러울 수도 있고 어딘가 한쪽이 찝찝할 수 있고 극단적인 예로 정말 미울 수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을 했으니 반은 갔다!
어떤가? 점점 하나의 마음으로 뭉쳐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지 않나? 그게 아니라도 좋다. 또 만나서 또 합주를 하자!
이런저런 사운드를 적절히 융합하여 모든 멤버들이 각자의 소리로 화학작용을 일으킬 때까지!
<Chemistry! 끝을 보자!>
합주를 하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서로가 합의한 후 계산하여 답을 도출해냈는데 막상 합주를 하다가 심취하여 끝자락에서 답을 시원하게 엇나갔지만 그 자체가 답일 때!'
문장이 상당히 이상하지만 밴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저 문장이 담은 뜻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연습은 할 만큼 했다.' 아! 물론 본인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할 만큼 했을 수 있으니 이제는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밴드를 하기 전의 나는 '공연을 하고 싶다. 물론 밴드로!'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밴드를 이리저리 찾는데 고생을 꽤 하였던 기억이 글을 쓰면서도 치고 올라온다. 이 자리를 빌어서 밴드를 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함께 화이팅 해주세요!!!'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니까.
이제는 정말 사람들 앞에 나서보자 연습하는 곳에 지인들을 초청해도 좋고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있는 라이브 클럽에 문의를 해보는 것도 좋고 SNS를 통한 라이브도 훌륭할 것이다! 언제든지 도전해보자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일단 던져보자. 공연을 엉망으로 해도 좋다. 실수를 해도 좋다는 뜻이다.
실수를 했다면 다음에 안 하면 된다. 같은 실수를 했다면 그다음에 안 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리고 곡이 끝이 난 후의 관객의 환호, 박수 그리고 그대의 안도까지... 이것으로 글의 제목이 이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의 음악을 위해 손과 발, 목소리 그리고 마음을 맞추는 고군분투하는 모든 밴드의 모든 멤버들을 이 글을 통해 응원한다!
글을 쓰면서도 밴드를 했던 추억이 떠올라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하고 온 몸을 비틀비틀거리며 발악을 하지만 언젠가 코로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시 밴드를 결성하여 행복하게 공연하는 나 자신을 상상해본다. 그만큼 함께하는 음악은 마약처럼 치명적이지만 즐겁지 아니한가!
다시 일상을 회복할 날을 기다려본다. 꼭 그날이 오면 다시 만나자고요!
좋은음악수집가 가 추천하는 <밴드의 정석>을 담은 음반! (공연 실황이나 예술성의 기준으로 선정하였으며 '아티스트 - 음반 제목'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서울 홍대에 위치한 하루 뮤직바에서 조용히 앉아있다가 그곳에 있는 'DJ Burn' 형님께서 "죽이는 곡 하나 듣자!" 하시고 틀어준 음반. 가만히 듣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야 말았다. 앉아서 듣기에는 엄청난 사운드와 '밴드의 합은 이런 것이다.' 하며 일깨워주는 음반. 공연 실황을 녹음한 거라서 실수가 있을 법한데 완벽에 가까운 합을 보여줘서 소름이 쫘악 돋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걸작'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당하게 이 음반을 꼽을 수 있겠다. 그리스의 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마지막 음반은 제목도 음침한 '666' 답게 성경의 마지막 책, 요한묵시록(혹은 요한계시록)을 주제로 음반을 만들었다. 하나의 주제로 틀을 벗어나지 않는 제목과 가사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오묘함을 풍기며 진보적이면서도 상당히 엄격하다. 후반부에 나오는 트랙 '∞ (Infinity)'에서는 절대 놀라지 말도록 하자. 차라리 혼자 듣는 것도...
비틀스의 마지막 음반으로 잘 알려져 있는 <Let It Be>의 제작과정을 2021년 12월에 디즈니 플러스를 통하여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피터 잭슨, 그가 맡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공개가 되었다. 1969년 1월 한 달 동안 비틀스가 정말 바쁘게 달려왔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1월 30일에는 그들의 소속사 건물 옥상에서 세계 최초의 게릴라 공연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담은 음반이 최근에 공개되었다. 자잘한 실수도 들을 수 있고 존 레넌의 능청스러운 멘트, 마지막 Get Back에서는 조지 해리슨의 앰프가 꺼지고 나서 우왕좌왕하다가 자연스레 이어나가는 합도 들을 수 있으니 천천히 들어보시라!
2014년에 발매한 서울전자음악단의 3집, 추운 겨울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원테이크 명반이다.
'1960년대의 대한민국의 밴드는 어떠하였을까?'에 적합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 당시 열악한 환경에 미군이 사용하던 릴 테이프를 통해 전 멤버들이 원테이크로 녹음한 결과물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이 음반을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시대를 앞서갔다.'가 어울리겠다. 그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나중에 되어서야 인정을 받았고 재발매 음반도 나왔으니 말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신중현 선생님의 기타 테크닉과 서정길(기타, 보컬), 한영현(베이스), 권순근(드럼)의 실력은 당시의 열악함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음을 생각할 정도로 놀랍기만 하다. 절대로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빼놓아서는 안될 귀중한 자료다.
신중현과 The Men이 연주하고 A면은 장현, B면은 박광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1972년 작.
선정할까 말까 고민했다. 음반에는 '장현 and The Men'으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음반의 백미는 Side B에 있다. 이선희, 이문세, 설운도, 곱창전골 등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를 하였고 김정미(연주는 신중현과 The Men),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뮤직파워 등이 신중현 선생님 진두지휘 아래 녹음되기도 한 <아름다운 강산>은 역시나 처음에 녹음한 버전을 아무래도 제일 많이 듣게 된다. 신중현 선생님은 당시 정권의 '찬양곡' 제안을 거절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강산을 노래하는 시대의 역작을 만들어 냈다. 메인보컬 박광수(안타깝게도 2022년 1월에 세상을 떠났다)의 매력적인 보컬을 덤.
특이하게도 이들은 음반이 없다. 딱 이 공연을 위해 뭉쳤고 공연이 끝나고 해체했다. 비틀스의 존 레넌, 크림의 에릭 클랩튼, 롤링스톤스의 키스 리처드, 지미 헨드릭스 앤 익스피리언스의 미치 미첼까지 그야말로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에서 한 사람씩 나와 슈퍼밴드를 결성하였다.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여 만든 사운드! 제대로 된 장작이 제대로 타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영상자료라면 충분할 것이다.
라이브 음반은 새빨간 배경이지만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1집은 갈색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1973년 작.
Beck, Bogert & Appice의 일본 라이브 음반. 3인조로 이루어진 슈퍼밴드, 야드버즈 출신의 제프 벡, 바닐라 퍼지, 캑터스 출신의 팀 보거트 그리고 카마인 어피스로 구성된 B.B.A는 1972년에 결성되어 1집을 발매한 후 일본에서 열린 이들의 단독 공연을 담은 실황 음반이 나오게 되는데 일본에서만 발매되었기 때문에 존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제일 기본적인 구성이고 어쩌면 단출한 구성인데 반해 사운드는 탄탄하다. 천재가 많으면 팀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속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 그게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2000년 작, 음반을 펼치면 자켓의 비밀(?)이 나온다.
사실 이 곡은 우리가 쉽게 접했던 음악일지도 모른다. EBS 교육방송에서 뭔가 설명해줄 때 이 곡이 항상 동반했다. 하지만 일본의 전설적인 퓨전재즈 밴드 T-Square가 연주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팬이 아니고서야 잘 모를 것이다. 특히나 팀에서 관악섹션을 맡은 혼다 마사토의 색소폰과 플루트의 연주는 맛있는 연주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듯 풍성하게 느껴진다. T-Square의 음반은 정말 훌륭한 곡들이 즐비한데 그중에 한곡만 뽑아내기가 정말 어렵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익숙하게 들었던 곡이고 제목을 몰랐던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이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정하게 되었다.
'위긴' 가의 자매들(도로시 위긴, 베티 위긴. 헬렌 위긴)로 이루어진 밴드. 이 팀은 자매들의 아버지가 받은 예언으로 억지로 결성된 밴드였으며 위 사진의 음반만 남기고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후 깔끔하게 음악을 접어버린 밴드다. 전혀 맞지 않는 합으로 지금까지도 최악(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의 밴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미국의 음악 저널 '롤링 스톤'은 <위대한 아티스트 유일 앨범 40선>에서 이들의 음반을 17위에 랭크하기도 했다!
'롤링 스톤'뿐만 아니라 많은 평론가들과 아티스트들이 극찬하였는데 그 이유와 내가 번외로 올린 이유는 음악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