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카구야 히메(미나미 코우세츠, 야마다 판다, 이세 쇼조로 이루어진 70년대 3인조 포크그룹)를 아주 좋아해요!"
스물여덟의 1월, 일본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준코 누나와 나는 SNS를 통해 국적은 다르지만 공통 관심사는 '음악'임을 알게 되고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누나는 일본인이면서 한국의 대중음악에 엄청 관심이 많았고 나는 반대로 일본의 대중음악에 한창 관심을 가지고 있을 시기였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누나가 한국어를 할 줄 아셔서 내가 번역기를 돌리지 않아도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했고 한국의 록밴드와 일본의 포크, 록음악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악까지 두루두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특히, 제일 맞는 부분은 싸이키델릭 록(1960년대 후반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친 록의 장르로써 우리나라, 일본에도 많은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들이 많았다.)과 프로그레시브 록(유럽권에서 기원한 일명 '어렵고 복잡한 음악'. 클래식과 재즈, 싸이키델릭 적인 요소들이 많이 녹아있다.)이었다.
인터넷을 두고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누나가 보내준 유튜브 링크를 보면서 유튜브는 '음악의 바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씻고 온 후 재생을 했다.
내 취향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누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길게 듣지 못하는 편인데 첫곡부터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매력적이었다.
鳩の飛び立つ中を 犬がかけてゆく 空はどこまでも 青い空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속으로 개가 달려가네 하늘은 어디까지나 푸른 하늘)
"애시드(싸이키델릭의 다른 표현, 싸이키델릭 보다는 무겁지 않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포크! 맞죠?? 너무 세련된 음악이네요!!"
"마음에 드시나요?? 애시드 포크의 명반이죠!!"
"이 분의 음반은 한 장뿐인가요?"
"네~ 음반은 하나만 있어요"
"누나가 보내준 음악이 딱 제 장르라서 너무 좋아요"
"저는 김정미의 'NOW'를 너무 좋아해서 이 음반도 좋아하실 거 같았어요"
"와....... 제가 이 음악을 듣고 딱 떠오른 분이 '김정미'에요!"
음악 하나로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나가다 누나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한마디 해주신 말씀은
"꼭 선물해드릴게요!"였다.
처음 듣는 음악에 매료된 것이 얼마만인가?
이 때는 내가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사는 방에 컴퓨터조차 없던 시절이라 휴대폰 스피커로 모든 곡을 끝까지 들었다.(놀랍게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들은 있었다.) 첫인상은 항상 중요하다는 말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임을 알았는데 음악도 마찬가지였구나..! 역시 모르는 음악을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느낌! 즉, 안 쓰는 근육을 써서 며칠 동안 아픈 느낌(하지만 긍정적인)이다.
"너! 일본 음악에 빠지면 답도 없어!"라고 경고했던 동네 레코드샵 사장 누나의 말이 또 한 번 섬뜩하게 스쳐 지나갔다. 맞아요, 정말 답이 없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해요?!
시간이 흘러 2019년 2월 14일, 누나가 보내준 선물이 도착했다. 아기자기한 CD에 조그마한 엽서까지!
2019년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에 도착한 카네노부 사치코의 CD! 준코 누나가 써주신 작은 엽서까지 잘 보관하고 있다.
"와!!! 누나 너무 고맙습니다! 언젠가 꼭! 저도 선물을 보내드릴게요!!"
"잘 도착했으니 다행이네요!"
이 선물을 받고 나서도 가끔씩 누나와 일본 음악과 한국음악에 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9년에 많은 사람들에게 유행이 되었던 "이 시국에?"라고 하는 비아냥 거림도 그냥 웃어넘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문화'의 힘은 강력하고 나눌수록 배가 되는 긍정적인 부분을 믿었다.
(나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의 정치적인 문제를 가지고 일본의 문화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정말 싫어한다.)
2019년의 마지막 날,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누나는 잠시 한국에 방문하셨을 때 잠깐 뵐 기회가 생겼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항으로 가시기 전에도 카네노부 사치코의 CD를 선물해 주신 것에 대한 답례를 제대로 해드리지 못해 아쉬웠다. 정말 아쉬운 것은 헤어지기 전 꼭 다시 뵙자고 한 약속이 코로나19로 인하여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것....
아무튼! 선물을 받은 지 수개월이 지난 후 2020년의 어느 날, 알고 지내는 서울의 레코드샵 사장님께 문자가 왔다.
'카네노부 사치코 재발매 입고~ 일본의 김정미 ^^'
재발매 소식이 이토록 기뻤던 적이 있었던가? 사실 초판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 굉장히 희귀한 고가의 음반이었기 때문에 재발매 소식은 더욱 반가웠다.
"누나! 카네노부 사치코의 음반이 재발매가 되었는데 구하셨나요?"
"우와! 정말 갖고 싶은데 아직 못 구했어요!"
"어떻게든 확보하여 선물해 드릴게요!! 너무 받기만 해서 이제 제가 드려야 할 때가 왔어요."
"아니에요! 마음만 받을게요."
"아유, 꼭 선물하겠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음반의 진가를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었는지 재고가 넉넉했었는지는 모르지만 2장을 샀다. 한 장은 내가 가지고 한 장은 준코 누나에게 선물로 보내드려야겠다는 마음뿐!
카네노부 사치코의 재발매 LP, 일본에서 재발매하여 우리나라에서 샀고 한 장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누나가 보내주셨던 선물뿐 아니라 그것을 포장했던 포장지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누나한테 선물을 보내드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보관해 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선물을 보내드려요 누나! 일본까지 도착하길 빌겠습니다."
생일선물로 보내주신 CD가 LP로 재발매되어 거의 1년이 지나서 내가 선물로 보내드릴 때의 마음은 정말 귀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물론 바로 옆 나라, 일본과는 역사적, 정치적인 면만 보면 썩 내키지 않을 때가 많겠지만 문화는 절대 그렇지 않다. 문화는 거대한 흐름이며 바다와 같아서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는 나의 철학이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하여 준코 누나와의 두 번째 만남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고 힘겨워한다. 그래도 좋은 음악은 계속 나오고 있고 과거의 좋은 음악은 계속 발굴되고 있다. 지금도 힘겨운 날의 위로는 역시 음악이 아닐까?
잔잔한 음악이어도 시끄러운 음악이어도 상관없지만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카네노부 사치코의 음반을 잔잔히 들어야겠다.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위로'가 절실한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이 글을 빌어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일본에 계신 준코 누나도요!
좋은음악수집가의 취향을 알아볼 수 있는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여성 보컬리스트의 명곡 Best 5!
일본에 카네노부 사치코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엔 김정미가 있었다. 준코 누나뿐만 아니라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님도 '김정미 NOW와 연속으로 듣고 싶은 앨범입니다'라고 하실 정도!
해외에서 먼저 주목한 대한민국의 대표 싸이키델릭 록 음반으로써 대학생 때 처음 듣고 반해 적었던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처음으로 산 LP이기도 하다.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 <햇님>과 <봄>은 1973년에 나온 음악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연주력과 김정미의 보컬은 듣는 이를 저 세상(?)으로 여행을 보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느낌이라 표현하면 좋을까?' 하며 한참을 고민했다. 넓고 넓은 평화로운 바다, 지평선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 그것을 바라보는 뗏목 위의 나 자신!
원곡은 포크음악에 템포도 약간 빠른데 원곡과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곡인 걸로 착각할 수 있다. 원곡도 훌륭하지만 왠지 모르게 셀프 리메이크한 이 버전이 더욱 와닿는다. 아직은 더 도전해보라는 조니 미첼 누님의 위로, 격려, 응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잔잔한 새벽에 들어도 치열하게 일을 하고 온 저녁에도 고독한 주말의 오후에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로는 필요한 법이다.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음악을 틀어주는 사장님을 조심하세요."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오프라인으로 음반을 구입하면 홍대에 위치한 널판과 피터판을 꼭 방문하는데 특히나 피터판의 사장님은 나의 취향을 제대로 아시는 듯했다. 서른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에바 캐시디의 명곡들을 한데 모은 베스트 음반의 첫곡을 틀어주셨고 가만히 듣던 나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청자를 사로잡는 데 충분했다. 꼭 들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어두운 싸이키델릭, 날카롭지만 거친 목소리의 재니스 조플린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공포영화에 나올 것 같은 귀신처럼 공포감을 주었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목소리.. 놀라운 것은 당시의 재니스 조플린은 20대의 나이었다는 것이다. 20대의 아티스트가 어떠한 아픔과 서러움이 있었길래 목소리에서 강력함이 느껴질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그녀의 삶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시점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동정심까지 들 정도였으니... 결론은, 싸이키델릭과 블루스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의 대모는 역시 재니스 조플린이다.
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브랜디 칼라일이 뱉는 첫 음성은 낮지만 힘이 있었다. 서서히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금방 매료되었던 것은 음성에 담긴 '진심'이 아니었을까? 사실 이 곡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평소 존경하는 배철수 아저씨가 <대화의 희열>에 출연하여 추천해주신 곡이기도 하다. 그녀의 향후의 나올 명곡들이 기대가 된다. 조금 더 깊게 빠져들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