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다.
논은 이미 할 말을 다 마친 얼굴이다. 한 해를 버텨낸 볏짚들은 다음의 할 일을 기다리고 있다. 흙은 숨을 고르듯 고요하다. 더 이상 서둘러야 할 것도, 재촉받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 앞에 서 있는 내 그림자가 유난히 길다. 이제야 비로소 내 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그림자가 먼저 알고 있는 것 같다.
My shadow, standing before it, is unusually long. It seems like it's finally realizing that my time has grown lo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