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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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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서리 Jan 03. 2023

비행#4

한 타일공의 이야기

오늘은 어쩐지 운이 좋았더랬다. 타일을 깨뜨리지도, 여타 다른 실수도 하지 않았고, 긴장 때문에 뒷골이 당기지도 않았다. 적당한 긴장감이 주는 적당한 수준의 각성을 살면서 처음 느껴봐 약간 즐거워지려던 참이었다. 그 적당한 긴장을 단 한번 느슨하게 했을 뿐인데. 

땡그랑!

내 손에서 벗어난 타일은 바닥에 작업해둔 타일을 격렬하게 만나 둘 다 파멸해 버렸다. 안 돼, 제발. 다른 사람들은 먼저 퇴근을 하고 나는 혼자 남아 깨진 바닥 타일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다시 타일을 붙였다. 오늘은 나름 기록적인 날이었다. 한 번에 두 개의 타일을 깨 버렸으니. 뒷골이 심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잠들기가 두려웠다. 


 오늘 꿈은 내 방 안이었다. TV에는 초콜릿 공장에 초대한다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황금 도자기 티켓을 찾으신 분께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나는 달려 나가 온통 모자이크 타일로 뒤덮인 초콜릿 가게에서 초콜릿을 하나 샀다. 나도 초콜릿이라면 좋아하지. 그 자리에서 바로 포장을 벗기자 초콜릿 아랫부분에 딱딱한 도자기 촉감이 느껴졌다. 천천히 초콜릿을 뒤집자 그곳에는 황금빛이 번쩍이는 도자기 티켓이 있었다! 믿기지 않아 멍하니 티켓을 바라보고 있자 가게 주인이 축하의 말을 전했다.

“당첨이라니! 내 가게에서! 축하합니다, 손님!”

주인이 소리치자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너무 긴장이 되어 손에 땀이 축축하게 났다. 이 끔찍하고 익숙한 감각. 평소라면 장갑이라도 끼고 있어 나을 텐데, 지금은 맨손이라 내 손에서 나는 땀 때문에 초콜릿이 녹는 것이 보였다. 도자기 티켓에도 묻기 시작했다. 얼른 티켓을 꺼내려했다. 그냥 포장지에서 꺼내 들려고 했을 뿐이다.

땡그랑!

티켓은 깨졌다. 바닥 타일도 함께. 나를 축하하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던 주인은 한순간 표정을 굳히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깨진 타일 값은 일급에서 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끼쳐 가게를 얼른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녹은 초콜릿이 바닥에 떨어져 온통 미끌거렸다. 달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타일을 헤집어 가며 가게에서 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꿈에서 깼다. 아직도 코에서 달콤한 초콜릿 향이 진동을 하는 것 같다. 메스꺼웠다. 앞으로는 초콜릿도 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입 안이 썼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주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갈 채비를 했다.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중 일부 인용

*위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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