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설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서리 Jan 02. 2023

비행#3

한 타일공의 이야기

점심시간, 식사를 하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한 동료가 희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꼭 가정을 꾸리고 싶어. 안정적인 삶 속에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야.”

화목한 가정은 어떤 가정을 말하는 것일까? 가정을 꾸리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될 만큼 중요한 일인가? 

다른 동료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꼭 이 일로 성공할 거야. 작업에 빨리 익숙해져서 돈도 많이 벌고 나중에는 내 회사를 차리고 말 거야.”

꽤나 오래 걸리겠는걸. 다들 아직 기술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고 있는 단계다. 언제 삶의 안정을 찾고 언제 능숙한 기술자가 되어서 자기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인가? 이처럼 비관적인 나의 고찰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동료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관해서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할 말이 없어 대화에 끼지 못했다.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자체가 별로 없었다. 내뱉지 못한 말들과 동료들의 긍정적인 미래관은 어쩐지 무거운 바위가 되어 마음속에 자리했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괴로워졌다. 그 덕에 평소보다 한참 늦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웬 들판에 있었다. 동료들도 함께였다. 작업 반장님께서 우리에게 말했다. 

“이제 너희도 일을 할 만큼 했으니 각자 집을 짓고 독립하도록 해.”

그러면서 타일 몇 박스를 주셨다. 갑자기 알아서 집을 짓고 살라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다른 수가 없었다. 희망찬 동료와 결연한 동료, 그리고 나는 각자의 타일 박스를 지고 길을 떠났다.

나는 집을 지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타일로 집을 어떻게 짓느냐는 말이다. 다른 자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벽을 세우고 간단하게 지붕을 씌운 후 바닥을 마감하고 끝내기로 했다. 어떻게든 타일을 붙여 완성한 집은 한눈에 봐도 허술했다. 얇은 타일 한 장으로 된 벽은 톡 치면 무너질 듯 아슬아슬했고 지붕도 너무 헐거웠지만 나는 일단 집 같은 형태를 만든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내 집에 들어가 누워있는데 밖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아우-"

늑대였다. 늑대가 왔다. 밖을 내다보니 늑대가 집으로 돌진하려 하고 있었다. 얇디얇은 내 집은 늑대의 몸통 박치기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나는 낙담하여 주저앉았다. 집을 무너뜨리고 내게 다가온 늑대는 나를 한입에 삼켰다. 나는 늑대의 배 속에 앉아 늑대의 시선으로 밖을 보았다. 늑대는 희망찬 동료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희망찬 동료는 어느새 집을 짓고 가정을 꾸린 모양이었다. 그럴싸하게 생긴 타일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늑대가 집으로 돌진하여 세게 부딪혔지만 집은 금이 갔을 뿐 무너지지 않았다. 동료는 가족들과 함께 뒷문으로 나가 도망쳤다. 늑대는 몇 번 더 밀고 당기며 집을 흔들다가 그들이 도망간 것을 보고는 화가 나 쫓아갔다. 희망찬 동료는 결연한 동료의 집으로 갔다. 결연한 동료는 집의 기초부터 탄탄히 쌓고 벽면과 기둥도 튼튼히 하여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집에 있었다. 결연한 동료는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늑대의 침입에 대비했다. 늑대는 아무리 몸을 부딪치고 발톱으로 할퀴어도 집이 꿈쩍도 하지 않자 이내 화가 난 듯 길게 울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늑대의 배 속에서 서서히 소화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저 웅크리고 있었다.


 잠에서 깼다. 여전히 늑대의 뱃속인 양 착각할 정도로 축축한 이불속에서 눈을 떴다. 오늘은 여느 때와 다르게 어젯밤 꿨던 꿈을 곱씹어 보았다. 희망과 꿈, 의지가 있는 삶과 동료들이 지었던 튼튼한 집들에 대해 생각했다. 희망과 꿈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일까? 그러나 일어나야 한다며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곧 현실로 돌아왔다. 출근할 시간이었다. 





*'아기돼지 삼 형제' 중 일부 인용

*위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소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행#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