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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서리 Jan 02. 2023

비행#2

한 타일공의 이야기

내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내 기질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반만 알았다. 나는 타고나기를 예민했다. 이 예민함은 섬세함과는 아주 다른 것인데 나는 그만 큰 착각을 하고 말았다. 나는 예민하니 이런 조심스럽고 정교한 일을 잘할 것이라 생각해 버렸다. 타일을 규격에 맞춰 잘 자르고 틈에 맞게 잘 붙일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런 짧은 생각은 인생을 아주 고통스럽게 할 수도 있다. 예민해서 스트레스는 아주 그득그득 받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의지도 기력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그러니 자신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그러지 못한 탓에 형벌을 받고 있다. 매일 하늘을 어깨에 짊어진 아틀라스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타일을 깨트리지도 않았고 패턴에 맞지 않게 잘못 붙이지도 않았다. 너무 신경을 기울인 탓에 눈과 어깨가 경련이 일 듯 피곤하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기는 했지만, 실수는 없었다. 타일을 잘못 붙이지 않으려고 신경을 너무 쓰다 보니 평소보다 속도가 느려졌기는 하지만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실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래간만에 무사히 퇴근을 하고 방에 돌아와 느릿느릿 잠자리에 누웠다. 평소보다는 조금 빠르게, 그러나 보통 사람들 보다는 한참 느리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청자 빛깔 도자기 나무꾼을 만났다. 대리석 무늬 갈기를 한 사자와 모자이크 무늬 누더기를 입은 허수아비도 함께 있었다. 도자기 나무꾼이 말했다. 

“너는 우리와 함께 떠날 수 없어! 모험에는 적극적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이 필요하다고!”

사자도 말했다.

“맞아! 우리는 용기로 가득한 인간이 필요해! 너는 나보다도 더 겁쟁이야.”

그래, 맞는 말이다. 나는 현재를 박차고 나가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위인이 못 된다. 그게 설령 아주 일상적이고 작은 변화일지라도 감당할 자신이 없다. 허수아비가 비통해하며 말했다. 

“너 같은 인간에게 1,250g의 뇌는 과분해. 나라면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사자가 다시 소리쳤다. 

“이래서는 나쁜 서쪽 마녀를 물리치기는커녕 마법사를 만나러 가지도 못하겠어!”

그때, 하늘에서 끽끽하고 울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와 내 어깨를 낚아챘다. 다음 순간 나는 서쪽 마녀의 성에 있었다. 그곳에 갇혀 계속 타일을 붙였다. 까마득하게 높고 광활하게 넓은 성의 모든 곳에 내 손으로 하나하나 타일을 붙였다. 타일을 실수 없이 다 붙이면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고 했다. 집으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도 않아 최선을 다해 타일을 붙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작은 타일도 붙이고 너무 커서 살짝만 삐끗해도 깨어질 엄청나게 큰 타일도 붙였다. 점점 어깨에는 경련이 일어나고 눈에서는 생리적인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허리를 굽히기도 힘들고 손목이 너무 아파 이제 도저히 움직이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작업이 끝났다. 일이 끝나자 마녀는 정말로 마법의 구두를 주며 말했다.

“이걸 신고 발을 세 번 구르면 원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구두를 신고 고민했다.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역시 살던 곳으로? 그곳이 내가 원하는 곳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달리 갈 곳이 없었던 나는 결국 내 방을 생각하며 발을 굴렀다.


 잠에서 깼다. 여전히 엉망인 내 방이었다. 자다가 실제로 눈물이 나왔는지 베개가 축축했다. 어깨도 너무 뭉쳐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분명 자고 일어났는데 전혀 잔 것 같지 않았다. 내 몸 상태와 관계없이 일은 나가야 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가 너무 아파 걷기가 힘들었다. 잠시 몸이 서 있는 자세에 적응이 되도록 기다렸다. 그러고는 비틀비틀 움직여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중 일부 인용

*위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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