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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오리 Sep 06. 2019

시대의 매캐한 먼지를 뚫고 역사속에 우뚝 선 소설

서평 <한밤의 아이들>살만 루슈디/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2011)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소설을 대상으로 그해의 최고 소설을 가리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며 전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한다. 이번 년도 또한 여러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고 오는 10월 14일에는 2019년도의 대상 작품이 발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 작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날 상을 받은 이후로 그 관심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상을 세번이나 받은 작품이 있으니, 바로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문학동네, 2011)이다. 1981년 쓰여진 이 소설은 그해 맨부커상을 수상하고, 1993년 부커상 25주년 기념 최고의 소설상인 ‘부커 오브 부커스’를, 2008년에는 부커상 40년을 기념해 일반독자들이 선정한 ‘베스트 오브 더 부커’의 영예까지 차지한다. 1947년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는 루슈디는 14세때 영국으로 건너가 역사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이 작품을 집필한다. 


소설은 주인공의 외조부 ‘닥터 아지즈’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의사인 그가 지주의 딸을 치료하면서 만나 결혼하게 되고, 그 사이에서 난 딸들 중 둘째 ‘뭄타즈’는 ‘아흐메드 시나이’를 만나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혁명가인 병원 잡역부를 사랑한 ‘메리’에 의해 산부인과 병원의 아기 둘은 바꿔쳐지게 된다. 부유한 상인 시나이의 아들과 가난한 영국-인도 ‘튀기’는 자신의 신분과는 반대의 인생을 시작한다. 도련님 ‘살림’과 가난속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된 ‘시바’, 그리고 인도의 독립과 동시에 태어나게 된 1001명의 아이들은 탄생의 동시성으로 인해 조국과 운명을 같이한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희생되는 개인의 모습은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 <국제시장>류의 영화에서와 같이 주인공이 살아가는 굴곡굴곡마다 역사의 흐름이 개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듯, <한밤의 아이들>또한 한 나라의 역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인생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루어짐을 볼 수 있다. 다만 작가는 탄생의 동시성으로 부여된 초능력으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주인공의 탓으로 바뀌게 된다는 설정으로 마술적 판타지의 영역까지 이야기의 폭을 넓힌다.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이 나라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지’ (2권 8p)에 대해 쏟아내는 주인공의 폭포수와 같은 수다는 비극적인 현대사를 인도 특유의 신화적 과장과 낙관성으로 풀어낸다.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대립, 파키스탄의 분리, 중국과의 전쟁, 독재자의 강압적인 산아정책등은 주인공 살림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문학이 ‘당대의 뜨거운 현안’을 소설속에 집어넣었을 때 작가가 겪게 되는 ‘부수적인 영향’은 피하기 힘들다. 작중 인디라 간디와 당시 인도에서 발효되었던 ‘비상사태’, 독재에 의한 탄압등에 대한 묘사는 그 수위가 상당하다. 작가의 상당한 용기와 배짱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실제로 그는 소설 <악마의 시>로 이슬람교의 분노를 사 수장 호메이니의 공개 ‘사형선고’를 받고 은둔생활을 하기도 한다. 작가 서문에 남긴 루슈디의 말은 인상적이다. ‘언젠가는 간디 여사와 비상사태에 대한 내용이 더는 현안이 아닌 시대, 그래서 더는 사람들을 괴롭힐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때가 되면 내 소설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거나 혹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후자이기를 바랐지만 어느 쪽도 확신할 길이 없었다.’(1권 18p) 발표 후 3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이 책은 역사의 매캐한 먼지를 뚫고 ‘첫 장애물을 뛰어넘’었으니, 세 번에 걸친 부커상의 수상이 그 증거다. 문학과 역사의 마술적 결합, 인도를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서사시로서 <한밤의 아이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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