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다른 신앙이 함께 산다는 것
이집트는 다종교 국가가 아니다. 헌법상 국교는 이슬람이며,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이다. 주민등록증에는 태어날 때 부모의 종교가 명기되고, 대부분의 사람은 일생을 그 종교 속에서 살아간다. 겉으로 보면 단일한 신앙체계를 가진 듯 보이지만, 이 나라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놀라운 ‘공존’의 결이 흐른다.
그 공존은 정책이 아니라, 오래된 삶의 습관이자 도시의 질서이며,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 묵은 지혜다. 나머지 10%를 구성하는 이집트의 콥틱 기독교인들은 단순한 소수가 아니다. 그들은 이슬람보다 먼저 이 땅에 신앙의 뿌리를 내렸고, 예루살렘과 안티오크, 콘스탄티노플과 함께 초대 교회의 한 중심이었다. 콥틱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살아 있는 전통이었고, 신앙을 위한 저항의 도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집트의 어느 거리를 걸어보면, 이 오래된 두 신앙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살아가고 있다.
동네마다 우뚝 솟은 미나렛(모스크의 첨탑)과, 그 옆에 얌전히 자리한 돔 형태의 콥틱 교회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이곳에선 특별한 풍경이 아니다. 어떤 날은 교회가 먼저 보이고, 그 바로 뒷길에 모스크가 자리해 있다. 두 건축물은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재료로 지어졌고, 내부도 정면을 향해 예배가 드려지며, 종교지도자가 앉는 계단식 의자가 마련돼 있다. 민바르(이맘의 설교대)와 신부의 의자, 외형만 보면 어느 종교의 물건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들은 서로 다른 전통을 가졌지만, 공간의 질서와 상징을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
가장 흥미로운 시간은 금요일 아침이다. 이집트의 주말은 금요일과 토요일. 금요일은 무슬림에게는 주기도일이고, 콥틱 기독교 신자들에게도 주요 예배일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모스크와 교회는 동시에 붐비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예배를 드리러 나서고, 거리엔 차량이 밀린다.
어디에 누가 들어가는지, 누구의 예배인지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히잡을 쓴 여성이 교회 앞에 서 있고, 검은 수염의 수도사가 모스크 옆을 지난다. 간판도 없고, 방향도 다르지만, 그날 그 시간만큼은 두 신앙이 ‘함께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나는 금요일 낮, 콥틱 교회와 모스크를 연달아 찾아가 보았다. 콥틱 예배는 고대 언어인 콥틱어로 진행되며, 신자들은 시편 노래를 부르고, 정면을 향해 절을 반복한다. 기도가 흐르고, 공동의 응답이 뒤따른다. 모스크에서는 아랍어 설교가 중심이며, 이맘의 말을 따라 신자들은 메카를 향해 절을 한다. 동작도, 몸의 흐름도 낯설지 않다. 마치 다른 언어로 같은 기도를 드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누군가 말할지도 모른다.
“믿는 신이 다른데 공존이라니.”
그러나 이집트의 공존은 '같은 신을 섬기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는 거리두기’ 속에서 형성된 묘한 평화다. 내 신과 당신의 신이 같지 않음을 알면서도,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멈춘 삶의 태도. 이것이야말로 이집트 도시의 골목에서 매일 목격되는 작고 조용한 ‘신앙의 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