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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Dec 13. 2021

공존(共存)

콥틱 교회와 모스크(마스 짓)

나란히 세워져 있는 교회와 모스크 - 나그네 한

이집트는 나름 다양한 종교인들이 함께 살아간다. 또한 이집트의 주 종교인 이집트의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어느 나라보다 깊은 역사를 가졌다. 법적으로 하나의 종교를 가지게 되어 있고(주민등록증에 기재됨)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날 때부터 부모와 조상들이 갖고 있는 신앙을 갖는다. 약 90%의 이슬람교 신자(무슬림), 10%의 콥틱 그리스도인 그리고 소수의 개신교, 가톨릭, 유대인 또한 그리 밖으로 드러나 있진 않지만 더 소수의 자발적 무신론자들도 있다(주민등록 상 본래의 종교가 쓰여 있지만).


이집트 거리를 걸으며 동네마다 세워진 모스크(마스 짓)와 콥틱 교회들을 보며 매우 흥미로운 것들을 보게 된다. 특히 이집트 카이로의 같은 거리 위에 모스크와 교회가 나란히 또는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함께 세워져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금요일 아침이 되면(이집트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휴일이다) 모스크와 교회 앞에 차량과 사람들이 아주 북적인다. 가까이 가서 보아도 어떤 차량이 모스크 방문자 차량인지 교회 방문 차량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모스크와 교회의 건축 양식이 비슷하다. 멀리서 보면 모스크인지 교회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교회와 모스크 내부의 사제 의자 - 나그네 한

역사와 규모가 있는 교회와 모스크에 들어가 보았다. 관광객들에게 이집트에서 깊은 역사를 가진 교회와 모스크들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역사와 규모가 있는 교회와 모스크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멋들어지게 세워져 있는 계단식 높은 의자이다. 이 의자는 종교지도자인 콥틱 기독교 신부나 이슬람교 이맘이 모임 시 앉아 있는 자리다. 특이한 것은 전혀 다른 종교 모임 장소이지만 신부나 이맘이 앉는 이 의자들은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교회와 모스크의 계단식 의자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 서로 비교해 본다면 이곳에서 살아가는 종교인이 아닌 이상 싶게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금요일 점심식사 전, 교회와 모스크의 정규 예배에 참석해보았다. (콥틱 기독교) 교회는 아랍어가 아닌 콥틱어로 진행되는데 시편 노래와 기도문을 함께 열창하며 정면을 향해 계속 절을 한다. 모스크에서는 아랍어로 진행되며 이맘의 말에 따라 신도들은 메카를 향해 절을 한다. 예배의 대상은 분명 다른데 예배의 모습은 비슷해 보인다. 만약에 이들이 교회와 모스크가 아닌 같은 장소에서 '각자의 신'에게 예배를 한다면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이방인들은 싶게 누가 기독교인이고 무슬림인지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


나의 눈으로만 비슷하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왜 각자 다른 신들을 섬기면서 서로 비슷한 건물, 내부, 예배 모습을 가진 것일까? 누구로부터 이러한 모습들이 나온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 가운데 난 이들에게 있어서 종교적 형식은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교회와 모스크 하나만 본다면 복잡한 예배 형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 비교해보면 오히려 이들은 모습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천수백 년 동안 내려온 종교의 모습이 있어 보인다. 믿는 대상은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 외형적이고 부수적인 것들이 비슷하다고 해서 개의치 않는다. 이것을 '공존(共存) 한다'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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