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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Dec 18. 2021

사랑은 오래 참으며...

40대 부부의 사랑 표현은 서로 참아주고 인내하는 것이다.

나그네 한

오래전 누군가에게 부부는 어떻게 한평생을 함께 사는지를 들은 적이 있다. 결혼 후 첫 해는 서로 사랑하며 살고 그 후 2-3년은 서로 싸우며 살고 4-5년이 지나면 죽을 때까지 서로 참으며 산다고 하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정말 부부란 서로에게 그러한 존재인 듯하다.


난 나의 아내를 첫 만나고 8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하였다. 29살의 나이. 꼭 적은 나이는 아니었음에도 난 나의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한 사람이었다. 짧은 연애로 첫해는 아이도 갖지 않고 서로 열렬히 사랑했다. 경제적 안정도 되지 않았을 때이지만 서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일 년이 지나고 아내가 임신을 하고 만 2년이 지날 무렵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 우리 부부는 첫아기로 인해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기뻤다. 하지만, 얼마 후부터 아내와 나 모두 아이에게 모든 시선을 두었고 또한 서로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에 자주 말다툼이 늘어났다. 결혼 2년 차 까지 잘 인식하지 못했던 서로의 단점들이 아이를 키우며 드러난 것이다.


부부간 서로의 단점은(실제적 단점이 아니라 서로의 삶의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고쳐지고 이해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현재는 서로 참으며 살아가고 있다. 연애 시절, 신혼 시절 그 많던 대화는 현재는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고 젊은 시절 넘쳤던 사랑 표현 역시 지금은 많이 줄었다. '참음'은 서로를 향한 침묵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부 관계가 소원(疏遠)해지고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말의 표현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가장 소중한 이는 부모도, 자녀들도 아닌 '아내'이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서로를 향한 많은 것들이 침묵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의 참음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의 시작은 '오래 참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가르침이라 한다. 이 글귀를 쓴 저자는 사랑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이었지 싶다. 실제적이며 누구나 공감될 수 있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우린 오늘도 내일도 서로를 보며 참고 인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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